글쓴이 | kilshi | 2011-01-26 17:08:22, 조회 : 1,103 |
새해 달력을 바꾸어 걸어놓은 지 어느새 한 달 하고도 아흐레가 되었습니다. 금년 365일 중에서 이미 9분의 1이 지나갔습니다. 세월이 덧없다는 소리를 실감합니다. 지나가는 세월을 두고 옛사람들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런 표현을 관념으로만 듣고 그 실체를 절감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 눈병을 앓으면서 저는 시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습니다. 병원에서 안약을 처방하면서 한 가지 약을 한 시간 간격으로 넣으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그 한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훌훌 빠져나간다고 표현해야 더 맞을 정도였습니다. 마치 모래를 한 움큼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시간마다 안약을 넣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이런 사실 앞에 저는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그러면서 내게 남은 시간의 잔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24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순간순간의 삶이 얼마나 엄숙한 것인지,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같이 귀중한 시간을 매 순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고 있는지 깊이깊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이와 반대로 우리 자신이 시간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나서 서로에게 유익하고 정다운 자리를 이루었다면 그것은 시간을 살리는 일이 되고,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남의 흉이나 보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리를 가졌다면 그것은 시간을 죽이는 일입니다.
(2009년 2월 9일 겨울안거 해제 법회의 법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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