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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도' -정호승-

최길시 2021. 10. 14. 08:45
글쓴이 kilshi 2009-08-10 08:12:25, 조회 : 881

 

 

새벽 기도

정 호 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게 하시고

이제는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리어카를 끌고 스스로 밥이 되어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의 시집『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도서출판: 창작과 비평사, 1997)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