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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세에...

최길시 2021. 10. 12. 12:20
글쓴이 kilshi 2009-02-25 20:02:27, 조회 : 835

 

 

공금을 들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를 복원한다고 합니다. 이 어려운 때에 이런 소릴 들으니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서글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인물을 국가 지도자라고 뽑아놓은 우리 국민의 안목도 문제려니와, 그의 공과도 살필 줄 모르고 그 치맛자락에 붙어 아부하는 인간들도 참 한심하지 않습니까! 아래는 조선일보 칼럼에서 일부를 옮겨온 것입니다.

 

(전략)

등소평은 1916년 고향집을 떠난 후 한 번도 고향을 찾은 적이 없고, 심지어 고향집에 대해 물은 적도 없다고 그의 셋째 딸 등용(鄧榕)이 '나의 아버지 등소평'이란 책에서 전하고 있다. 한번은 그가 국가 지도자로서 사천성의 도청 소재지 성도(成都)에 도착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고향 방문'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등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심지어 등은 자녀의 고향방문까지도 허락하지 않았다. "공연스레 동네 사람들에게 폐만 끼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등은 또 국가 최고 지도자라고 해서 고향 마을에 대해 특별히 지원을 해준 적도 없다. 그는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북경의 한 주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중국의 한 언론인은 "등이 고향에 사사로운 정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한 지방의 지도자가 아니라 13억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정을 곧바로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통합을 위해 사적인 감정을 자제하는 중국 지도자의 행동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복원 소식은 어쩔 수 없이 양국 지도자를 비교하게 만든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생가 복원에 김해시 예산 1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잘 알다시피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전부터 거액의 공사비를 들여 봉하마을에 사저를 지은 데 이어, 김해시는 '혈세'를 들여 사저 주변에 숲 공원까지 조성해 주었다. 이런 마당에 생가 복원에 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면, 국민은 이를 어떻게 볼까?

지도자의 생가가 '한 채의 집'이 아닌 '한 시대의 역사'로 자리매김하려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보다 국민의 존경심으로 복원되는 것이 옳다. 김해시가 자청해서 복원하겠다고 했더라도 생가가 폐가(廢家) 될 지경이 아니라면, "내 죽은 뒤에나 해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을까? 이 일로 정치인과 정치에 대한 환멸이 더욱 깊어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