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8-09-22 16:18:25, 조회 : 1,046 |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 [1]>
서시
- 이 성 복 -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1986년)
(해설)
저녁은 낮은 자리부터 온다. 어스름 녘 홀로 거리를 걸어보라. 시골버스를 타고 들녘을 지나쳐보라. 특별한 까닭이 없어도 울고 싶은, 그러나 드러내 울 수는 없는 저녁의 얼굴이 세상의 낮은 자리를 메워 오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사랑 또한 그렇다. 마음의 가장 낮은 자리에 어스름처럼, 빗물처럼 고이는 그것!
'사랑은 침묵이다. 단지 시만이 그것을 말하게 한다'고 노발리스는 말했다던가. 그리움이란 그래서 인간이 가진 숙명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하략-
‘조선일보’에서 한국 현대시 출범 100주년을 맞아, 오늘부터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詩)>를 연재한다기에 같이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여 올립니다.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모두 올릴 생각입니다.
白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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