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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초록(抄錄)(8)

최길시 2021. 10. 11. 10:32
글쓴이 kilshi 2008-09-19 15:33:18, 조회 : 778

 

8.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그 어떤 것이라도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무화과 하나를 원한다고 나에게 말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먼저 꽃을 피우도록 기다리라고. 열매를 맺고, 그것이 마침내 익을 때까지 시간을 주라고.

 

제시카의 아버지는 재미있고, 모험을 좋아하고, 장난기가 많은 매력적인 분입니다. 하지만 그는 제시카의 어머니와 이혼한 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가끔씩 몇 주, 심지어 몇 개월 동안 사라져 버렸습니다. 부모가 결별할 때 열네 살이던 제시카는 아버지와 변함없이 가깝게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네 아버지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너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아닌데도 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주면 제시카는 늘 ‘아버지가 좀 있으면 또 사라지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제시카가 그 자리에서 선물을 열려고 하면 아버지는 말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내심을 가져라. 이것은 나중을 위한 선물이란다.’

세월이 흘러 제시카는 숙녀가 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깊어졌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 문제 상담사가 되었고, 남편과 두 아이를 갖고 나서도 제시카와 70세쯤 된 아버지는 전과 다름없이 가깝게 지냈습니다. 아버지는 사라질 계획을 세우고 나면 언제나 그녀에게 전화해서 곧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떠난 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제시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시카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냈습니다. 4년 후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는 라스베가스 요양원에 있었습니다. 요양원측은 급성 감염 치료를 위해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그가 실종자 신고된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요양원측에서는 그가 항상 가족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제시카가 라스베가스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었고, 제시카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감염에서 회복되자 아버지를 집 가까운 요양 시설로 옮겼습니다. 제시카는 아버지의 병이 호전되어 자신을 알아볼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처음엔 참고 기다리기만 하면 머지않아 아버지가 기억을 되찾으리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아버지를 찾아갔어요. 아버지는 거기 계셨지만, 나도 그분도 서로를 몰라보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참는 것뿐이었어요. 그러나 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악화 되었고, 결국 폐렴으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1년이 지난 뒤 물건들을 정리하다 낡은 자동응답기를 발견했습니다. 플러그를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믿을 수 없는 내용이 흘러나왔어요. 거기에는 아버지의 마지막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어요.

‘제시카, 얘야. 내가 떠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없는 동안 우리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어도 내가 항상 널 생각한다는 걸 기억해 주기 바란다. 네가 걱정할 거라는 건 알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다시 보게 되기를 고대한다.’

나의 아버지는 내게 항상 인내를 가르쳐 주셨죠.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 인내와 이해에 큰 배움을 가르쳐 줍니다. 때때로 그 배움은 환자 자신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의미가 큽니다.

 

인내는 가장 힘든 배움, 아마도 가장 큰 절망감을 안겨주는 배움일 것입니다. 인내가 배움이 된다는 사실은 싫지만 아플 때는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인내가 주는 한 가지 배움은 원하는 것을 언제나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원하지만 한동안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즉석에서 해결됩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법을 잊어버렸고, 심지어 기다림의 의미조차 알지 못합니다. 만족을 뒤로 미루고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린아이에게 지금 과자 한 개를 먹을 것인지, 아니면 한 시간 뒤에 두 개를 먹을 것인지 선택하도록 했을 때, 후자를 선택한 아이가 나중에 훨씬 더 훌륭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인내는 아주 중요한 삶의 자세입니다. 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내심은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근육과 같습니다. 날마다 훈련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인내하라는 말은 피해자가 되라는 뜻이 아닙니다. 참아야 한다고 해서 무기력해지라는 의미가 아니며, 학대나 가혹한 환경을 무조건 견디라는 뜻도 아닙니다. 인내하며 기다리면서도 우리의 힘을 지킬 수 있습니다.

 

삶은 경험의 연속이며, 우리 모두는 그 경험들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비록 우리가 보지 못할지라도 모든 경험에는 원인이 있고 목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우리에게 필요한 배움을 주기 위하여 일어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내 앞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법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해요. 누구도 날 돌봐주지 않을 것이고, 나 혼자서 살아가야 하니까요. 나만의 꿈과 목표를 찾아야만 하고, 이것이 나로 하여금 삶을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지요. 흔히 우리는 개인의 삶이 건강, 일, 연애 생활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바꾸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삶은 결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삶은 당신 자신에 관한 것입니다. 삶은 당신이 여러 상황들에 얼마만큼의 사랑, 자비, 유머, 인내를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고 싶은 마음과, 자신이 진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불가능한 상황들을 통제하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무엇이 최선인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환상과 씨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합니다. 물론 나는 오늘 하루에 대한 계획이 있습니다. 일터에 가고, 쇼핑을 하고, 저녁 외식을 하고, ……. 하지만 내 계획은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내가 예상치 못한 변화와 길들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 변화는 멋진 놀라움일 수도 있고, 두려운 놀라움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새로운 여행으로 이끌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내 존재와 영혼을 최상의 장소로 이끌 것이라고 믿습니다.

 

파킨슨씨병을 앓는 74세의 제임스는 매우 활동적인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는 살아오면서 남에게 끊임없이 베풀었지만 받는 법을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살펴주어야 할 정도로 병이 악화되자, 그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은 그를 간호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그가 이런 끔찍한 병이 난 것을 마음 아파하면서도 자신들이 그동안 받아온 것을 되돌려 줄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남에게 의지해야 하는 실패자라고 생각한 제임스는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했습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나(데이비드 케슬러)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자살하려고 마음먹는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하지만 당신이 괴로운 이유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군요. 당신은 자살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에, 자살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겠어요? 당신은 이 상황에 머무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그것은 긍정적인 종류의 받아들임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좋은 일이라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을 위해 받아들임을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당신은 선택을 하는 것이지 실패자가 아니에요.’

나는 그가 퇴역 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어떤 일을 맡았는지 물었습니다.

‘제임스, 난 당신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것과 운명에 순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조종사였을 때 긍정적인 방식으로 순종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던 상황은 없었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있었지요.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야했어요. 항공 교통 통제사들이 훨씬 상황을 더 넓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 모든 걸 맡겼죠.’

‘그럼 당신은 이 상황에도 당신의 삶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더 큰 계획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어요? 아마 이 배움은 당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것일 거예요. 항공 교통 통제사가 당신 비행기만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모든 비행기를 총괄하는 것과 같지 않나요?’ 이 말에 그는 크게 달라진 듯 보였습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브라이언은 오른쪽 다리가 감염되어 입원했습니다. 20대의 이 청년은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브라이언은 먼저 모든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데이비드 케슬러)가 물었습니다. ‘이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처음에 브라이언은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에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다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모든 생각을 지배할 것이고, 결국 당신은 매순간 두려움과 분노 속에 살게 될 거예요. 차라리 잠시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낀 다음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만일 다리를 잃게 되어 있다면 결국 다리를 잃게 될 거예요.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 척하고 말하기조차 거부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아요.’

‘그럼 다리를 잃는다는 사실을 평화롭게 받아들이면, 내가 완전히 현실에 순종한다면 내 다리는 잘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그에게 영적인 문제는 영적인 문제일 뿐이며 그것을 두고 흥정할 수는 없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브라이언이 다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해도 정말로 다리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침내 그가 이 상황을 직시할 수 있게 되면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을지도 몰라. 그러면 난 어떻게 될까?’ 그는 자신이 그것을 견뎌내리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족을 하게 될 것이고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일단 ‘받아들임’이라는 강의 건너편에 도달하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상황을 평화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병을 치료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협조하였으며,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다리의 치료는 성공적이었고, 절단할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당시를 돌아보며 브라이언이 놀란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였을 때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는 사실입니다.

 

삶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때 우주는 우리에게 운명을 완성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와 죽을 때 우리보다 더 큰 힘에 순종합니다. 평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삶에 순응할 대입니다.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때입니다.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다면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고 싶다면 순종할 때입니다. 우리가 삶에 순응할 때를 알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평안의 기도가 마음을 다스려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때로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받아들임의 배움을 얻습니다. 제프는 말합니다.

 

‘난 스물일곱 살 때 일본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아주 흥미로운 곳이었어요. 그런데 큰 프로젝트를 맡은 후 나는 식욕을 잃었고, 피로를 느끼게 되었어요. 처음엔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입원을 하게 되고, 폐렴 치료를 받았어요. 그곳 의사들은 내가 미국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치료해 주었어요. 미국 집으로 돌아올 때, 난 초록색 배낭에 물건 몇 개만 넣어왔어요. 다른 것은 모두 일본에 남겨두었어요. 나는 늘 일본에 살고 싶었어요. 폐렴에서 회복되었지만 내가 원하던 꿈은 더 이상 가질 수 없었어요. 내게 필요한 치료를 제쳐두고 외국에서 살 순 없었으니까요.

처음엔 화가 났고 좌절감을 느꼈어요. 하지만 곧 아직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선택이란 이제는 이룰 수 없게 된 과거의 끔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이는 거였지요. 예전 생활을 붙잡으려 했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내게 일어난 일에 순종해야 할 때가 온 거죠. 이제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삶이 주어진 거예요.

현실과 싸우는 것을 중단하자 새로운 꿈과 아이디어가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나는 변호사들과 일하면서 나 자신도 변호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내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임으로써 난 전에는 깨닫지 못한 내가 가진 용기와 적응력을 발견해 낸 거죠. 난 지금 멋진 삶을 살고 있어요. 모든 것이 안벽해요.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기쁘고, 모든 것이 아주 좋아요. 내가 이 새로운 삶에 순종하자 수많은 새롭고 놀라운 가능성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제프는 그 일 이후 20년 동안을 자신이 상황의 희생자라고 생각하며 분노 속에서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삶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엔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게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고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내맡기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놀라운 선물이에요. 인생은 너무나 짧고,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알지 못해요. 나쁜 것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 내가 보상으로 얻은 가장 큰 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