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8-09-16 22:55:24, 조회 : 1,334 |
7. 영원과 하루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별의 순례자이며, 단 한 번의 즐거운 놀이를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의 눈이 찬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세계를 반영할 수 있는가?
배우인 고 앤소니 퍼킨스의 부인 베리 베렌슨 퍼킨스는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중 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녀는 어떤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매일 화가 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화가 났고, 내 일을 처리해 줄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없어진 것에 화가 나기도 했고, 그러다 남편 앤소니가 내 곁은 떠나서 화가 났고…. 이것들이 내 가슴 밑바닥에 깔린 감정이었어요. 나는 화를 내면서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나는 엉뚱한 곳이나 스스로에게 화풀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언젠가는 내 안의 분노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싶어요. 분노의 감정들을 마음속에서 내보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당신이 가진 좋은 감정들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나는 무척 충격을 받았고, 견딜 수 없이 혼란스러웠어요. 계속해서 화를 억눌렀고, 그것은 곧 우울증으로 변했어요. 그러나 마음속의 화를 내보내지 않고서는 용서하기 힘든 법이에요.
두려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분노로 변합니다. 두려움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화를 내는 것이 더 쉽지만, 그것이 마음 속 깊은 곳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의 두려움이 비록 타당한 것일지라도 지나치게 화를 내면 곧 타당성을 잃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화를 삭이기 위해 많은 소모전을 치르면서 영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갑니다.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다프네 로즈 킹마는 관계를 끝내는 문제에 직면한 이들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한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말했어요.
‘난 40년 전에 전 남편과 이혼했어요. 이혼한 후로 40년간을 줄곧 화가 난 채로 고통스럽게 살아왔어요. 난 아이들과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그 사람을 비난했어요. 그 후로는 남자를 믿지 않았어요. 남자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비열한 남자가 떠올라서 그 누구와도 3주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어요. 그것을 절대 극복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난 이제 병에 걸려 죽어가고, 살 날이 몇 달 남지 않았어요. 이 모든 분노를 무덤으로 가져가고 싶진 않아요. 사랑하지 않고 삶을 산 것이 너무 슬퍼요. 평화롭게 살수는 없었지만 평화롭게 죽고 싶어요.’
우리의 사회가 화내는 일을 나쁘고 잘못된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화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것을 마음속에 쑤셔넣고 부정하거나 그냥 간직한 채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한꺼번에 폭발시키고 맙니다. 작은 일에 대해 화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내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화를 삭입니다. 착하고 사랑스럽고 고상한 사람이라면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화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는, 자신에 대해서나 타인에 대해서나 또는 신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층의 분노를 해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뇌졸증으로 쓰러진 이후 나(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에 대한 생각, 회복에 대한 생각을 껴안고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몸의 왼쪽이 마비된 채로 무능력하게 살아갔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모든 것들, 모든 이들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심지어는 신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나는 신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습니다. 물론 내가 벼락을 맞는다든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나의 연구와 이론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 중에 분노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가 화를 내자 수많은 이들이 내 곁은 떠났습니다. 그러나 내 곁은 지켜준 이들은 내가 화내는 것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나는 화를 풀 수 있었습니다. 갓난아기와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솔직히 느낀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울고 난 뒤 잊어버리고, 화를 낸 뒤 잊어버립니다. 사람은 죽음의 시기에 이르면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정직해집니다. 우리도 더 솔직해지는 법과 화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화는 우리 삶에서 스쳐지나나가는 감정이어야지 존재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십 년 동안 임종을 앞둔 환자들과 상담을 해 오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더 일했어야 하는데.’ 라거나 ‘근무 시간이 8시간이 아니라 9시간이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텐데’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취해 낸 것들을 자랑스럽게 회상하면서도 삶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일에서의 성취감이 사생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것이 공허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놀이는 아이들만의 소일거리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의 생명력입니다. 놀이는 마음을 젊게 하고, 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인간관계를 잘 맺게 해 줍니다. 또한 젊음을 되돌려 줍니다. 놀이는 삶을 가장 충만하게 사는 방법입니다. 성공과 권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놀이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놀고, 해방되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다가 나중에는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립니다.
놀이는 내면의 기쁨이 바깥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웃음, 노래, 춤, 수영, 등산, 요리, 달리기, 게임, 등 즐거움을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놀이는 삶의 모든 측면을 더 의미 있고 즐겁게 만듭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도 더 만족을 느끼게 하고, 인간관계도 좋아집니다. 놀이는 사람을 젊어지게 하고 긍정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놀이입니다. 놀이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입니다.
놀이란 이따금씩 우리에게 주어지는 휴식의 순간 이상의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놀이는 그것에 실제로 투자된 시간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일에서부터, 삶의 심각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삶에 다시 순수한 놀이의 시간을 끌어들일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아침에 주식 체크를 하는 대신 만화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웃기는 영화를 보고 튀는 옷을 사는 것, 화려한 색상의 넥타이를 매는 것, 기발한 속옷을 입는 것, 초대에는 가능하면 응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 무언가 실없는 일을 하는 것, 어느 것이나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놀이도 일로 둔갑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이 정말로 산책을 즐긴다면 그것은 놀이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노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은 놀이입니다. 그러나 게임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게임해 본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축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자신을 축하하십시오. 친구가 찾아오는 것을 축하하고, 주말을 자축하고, 삶을 자축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옷을 차려입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찬장에 넣어둔 좋은 식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남을 위해서는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냉동 참치, 캔 음식, 그리고 빵 따위를 먹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 혼자 있을 때도 근사하게 시간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떠나고 없을 때나, 우연히 혼자 있을 때 갖게 된 시간이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자신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껴 둔 시간이어야 합니다. 그 순간 당신은 비로소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홀로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인 조지가 암과 한판 승부를 벌인 일에 대하여 나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목이 붓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암 전문의를 찾아갔고, 즉시 부어오른 부위를 제거했어요. 그리고 화학 치료를 받았죠. 난 부지런한 사업가에서 부지런한 환자로 변해 갔어요. 꼼꼼히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약을 먹고, 의사의 진찰을 받았습니다. 화학치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복직에 대하여 생각했어요.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암 때문에 이제는 내 삶도 너무 심각해졌어요. 모든 게 살아남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었지요. 내가 살아있음에 신께 감사드렸지요. 그러고 나니까 궁금해지더군요. ‘왜?, 무엇 때문에 내가 살아남았을까? 일을 더 많이 하려고? 더 생산적으로 살기 위해?’ 난 그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공허한 삶을 살아왔는지.
나는 삶을 다시 설계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되찾으리라 결심했어요. 공원에도 가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는 대신 가끔씩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요. 나는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었어요. 지금은 그것들을 되찾을 시간이에요. 그렇게 하면 나이를 먹어가더라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일 것입니다. 거죽이 늙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계속 놀이를 한다면 내면은 여전히 젊은 채로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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