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12-06 22:06:02, 조회 : 827 |
내소사
김승동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욕심들
산사의 향불 위에 사르고 올까
내소사로 갔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하늘을 가려버린 키 큰 전나무와
땅으로 내려앉은 앉은뱅이 대나무들
말은 않지만 서로 속진 응어리
바람소리에 묻어 있습니다.
절 집 앞을 지키는 이들도
저렇듯 버리지 못하고 사는데
하물며 이 속물이야.
가진 욕심 사를 생각도 못한 채
머리에 눈을 이고 맑은 꿈에 잠긴
대웅전 꽃살 무늬만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 나왔는데
술 저문 버스 칸에 앉아서야
내 마음 하얗게 빈걸 알았습니다.
지금 창밖에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벌써 뛰쳐나갔음직도 한데……, 그냥 먼 옛날 눈내리는 동화 속 마을을 바라보듯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으니…….
대웅전 꽃살무늬만 바라보다 돌아왔는데 정말로 마음을 하얗게 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쉽게 비워진 속(俗)의 마음에 다시 또 그처럼 쉽게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까? 금방 다시 차더라도 끊임없이 비우다보면 언젠가는 하얀 마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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