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11-22 21:00:54, 조회 : 1,137 |
이원일군에게
자네가 올린 글을 읽고 또 읽고……, 몇 번이고 읽어 보았네. 다른 사람보다 교실 밖에서 좀 더 만나고, 몇 번 편지를 주고받기는 하였지만, 오늘의 자네를 있게 한 데 정말 무슨 도움이 되었던가? 요즘 세상이라고 별로 변한 것이 없지만, 그 때도 대입 준비에만 골몰하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자네가 그 힘들고 어렵다는 일을 묵묵히 견디고 이겨내 자기 성취를 하였다는 것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네.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자기 인생의 확고한 궤도 위에 올라 이 사회의 건실한 중견의 위치에 서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더 넓은 눈으로 인생과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네.
‘뮤지컬 햄릿’을 보는 사이사이에, 자네가 저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까지 중심에 서서 일했다고 생각하니 감탄스러울 뿐이었네. 이제는 자네의 일에 직접적으로 도움될 말은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기에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자네의 앞길이 어려움 없이 활짝 열리기를 뒤에서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응원을 보내는 일밖엔 없을 것 같네. 자네 부모님께서 여태 자식의 작품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야 몇 번이고 보고 싶으면서도 결국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네.
앞으로 일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어 이것 저것 많이 벌이지 말고, 자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가장 보람될 일에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네. 세상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위치에 있든, 자신과 가족에게 100%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네. 어디에든 즐겁고 성취되고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미흡하고 불만스럽고 손해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네. 때문에, 그런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살피고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일세.
방송드라마는 가급적 안 보기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날 자네에게서 드라마 얘기를 들은 것도 같았는데 잊어버리고 있었지. 신문에 보니까 ‘못말리는 결혼’은 KBS2에서 저녁 6시 50분에 하더군. 오늘부터 관심을 가지고 볼 생각이네.
자네 편지를 꽤 여러 통 받았었던 것 같은데, 찾아보았더니 자네가 입대한 후에 보낸 것과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보낸 것, 두 통이 있더군. 자네의 독특한 필체가 변함없는.
세상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 여러 가지 있지만,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 놓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길을 제시하고 채찍이 되는 것이라면 그 이상 좋은 일이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만들기를 바라네. 자네가 초대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달려가 봐야하지 않겠어? 바쁜 시간 쪼개어 건강관리 잘 하고, 가족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기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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