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별나라공주 | 2007-10-21 23:04:50, 조회 : 1,130 |
여고시절 여학생이 근처 남학교를 자유롭게 들어 갈 수 있었던 기간은 방송제나 시화전이 있을 때 뿐 이였지만 그 쪽하고는 별 연관이 없던 저는 동생이 대광중학교를 다녔던 관계로 유일하게 국화전시회로 유명했던 대광고등학교는 가을마다 갔었고 대학 시절도 가끔 들러보곤 했답니다. 탐스럽기도 하고 모양도 잘 만든 국화들이 꽤 볼만했는데 요즈음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에는 향이 짙은 국화와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만이 볼거리인 줄 알았는데 억새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해발 1,118m의 민둥산은 20만평가량의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 중 하나랍니다. 증산초교 앞에서 쉬엄쉬엄 정상까지 올러 갔다 오는데 한 3시간정도 소요됩니다. 올라가는 동안은 나무가 그리 울창하지 않아 재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키보다 큰 억새의 솜털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람과 어우러진 모습을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알았습니다. 억새 군락 사이로 침목 계단에 낙엽송 가루까지 깔려져 있어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발을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목책에 팔을 괴고 바라보는 바람을 타고 쉼 없이 사각거리며 일렁이는 은빛으로 물든 억새들의 춤은 환상적이지요. 정상으로 향할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당일 코스로 주중에 가시면 좀 더 여유로운 감동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요.
모처럼 좋은 하루였는데 내일 학교갈 일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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