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10-05 20:41:02, 조회 : 1,871 |
김삿갓의 파자시(破字詩)를 소개합니다. 파자법(破字法)이란, 말 그대로 글자를 깨뜨려 시를 짓는 법을 말하는데, 글자를 합쳐 보면 나타내고자 하는 시가 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글자를 모으기도 하고, 독음으로 뜻을 나타내기도 하는, 정상적인 한시 작법으로 쓴 것이 아닌 것입니다.
김삿갓이 진주 원당리에서 천대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밤, 어느 유식한 사람의 집 사랑에서의 일이다. 주인과 함께 시도 짓고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해가 기울어 저녁때가 지났으나 손님인 자기의 밥상은 고사하고 주인의 밥상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윽고 그 집 하인이 문 앞에 와서,
“人良且八(인량차팔) 하였나이다.”→食具하였나이다(밥상 준비가 되었나이다)
하며 주인의 눈치를 본다. 주인이 답하기를,
“月月山山(월월산산) 하거든.”→朋出하거든(이 친구가 가거든)
한다.
김삿갓이 그런 정도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豕者禾重(시자화중)이 丁口竹天(정구죽천)이로고.→猪種(돼지 종자 같은 꼴)이 可笑(가히 우습구나)
하며 그 집을 나와 버렸다고 한다.
天脫冠(천탈관)
天脫冠而得一點(천탈관이득일점)
乃失杖而橫一帶(내실장이횡일대)
天자가 관(冠)을 벗고(脫), 한 점(丶)을 얻었으며(得) → 犬(개)
乃자가 지팡이(杖)를 잃고(失), 옆으로(橫)으로 一자를 띄었도다(帶) → 子(자식, 새끼)
곧 ‘개자식, 개새끼’가 됨. 누군가를 시로써 점잖게 욕한 셈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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