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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날의 추억

최길시 2021. 10. 6. 10:28

 

글쓴이 kilshi 2007-08-09 12:13:13, 조회 : 1,361

 

 

여름날 한낮, 어른들은 들로 나가고, 장난감이라고는 없던 우리들은 마당 가 나무 그늘 아래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강아지와 사랑을 배웠지요.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강릉지방에선 참외에 대하여 ‘오이’를 물외라 불렀어요. 지금도 그곳에서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우물도 펌프도 없어 물을 길어와야 했던 우리집은, 더우면 어머니가 끼얹어 주시던 한 바가지의 냉수 목말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지요. 멀쑥하게 자란 쑥을 잘라다가 모깃불을 해 놓고, 멍석을 펴고 앉아 부채질하는 어른 들 옆에 앉아 하늘을 보면 지붕위의 박꽃과 둥근 달이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었고, 더 멀리엔 별무리들이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년 전 몽골 초원에서 바라보았던 별들, 바로 그 때의 그것들이었어요.

 

 

물외냉국

안 도 현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물외는

금방 펌프질한 물을 퍼부어주면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 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

물외를 반으로 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씹어 먹는 동안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 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냉국 냄새가

평상 위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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