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병철 | 2019-11-21 11:19:11, 조회 : 759 |
바보 슐레밀 이야기 (2011. 6. 14)
어느 날 슐레밀이 자기 마을을 지나가던 한 나그네로부터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넓은 세상엔 얼마나 신기한 일이 많은지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그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은 슐레밀은 다음 날 짐을 꾸려 길을 떠났습니다. 넓고 신기한 세상을 향해 뜨거운 뙤약볕 아래 한 나절 길을 걸어간 슐레밀은 잠시 쉬어가기 위해 길가 옆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슐레밀은 자기가 가던 길의 방향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신을 벗어 신의 앞쪽이 자기가 가는 길의 방향이 되도록 머리맡에 벗어 놓았습니다. 마침 그 길을 슐레밀과 같은 마을에 사는 방아쟁이가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가 보니 슐레밀이 길가에서 잠을 자는데 머리맡에 가지런히 신발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방아쟁이는 장난을 치기 위해 신의 방향을 슬며시 거꾸로 돌려놓고는 자기 길을 갔습니다.
실컷 잠을 자고 깬 슐레밀은 머리맡에 벗어 놓은 신을 신고 신의 방향대로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풍경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들이었습니다. 슐레밀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세상이 넓다보니 별 일도 다 있구나. 어쩌면 내가 지나온 동네와 비슷한 곳이 또 있단 말인가?’ 하며 길을 계속 걸어갈 뿐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도착한 동네는 정말로 슐레밀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영락없이 자기가 살던 동네와 똑같았습니다. 집들도 같았고, 길도 같았고, 사람들도 같았습니다. 아침에 떠났던 슐레밀이 저녁이 되어 다시 자기 동네로 되돌아온 것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슐레밀은 끝까지 자기가 살던 동네와 똑같은 동네에 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이 넓다보니 이런 놀라운 일도 있다고 신기해 할 뿐이었습니다. 마을 원로들은 회의 끝에 슐레밀을 원래의 슐레밀 집에서 살도록 도와줍니다. 자기 집에서 자기 부인과 자기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도 슐레밀은 자기 집과 똑같은 집에서 자기 부인과 똑같이 생긴 부인과 자기 자식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는 그 곳을 떠나 진짜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이 짧은 콩트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어떤 사람은 내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내게 주어진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채 삶의 주변을 서성이며 두리번거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빗대어 봅니다. 내게 주어진 삶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쉬워 보이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합니다.
주관적과 객관적 또 주인과 손님이란 상대적 단어가 있습니다. “너 너무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객관적이 돼 봐! 얼마나 네가 꽉 막혔는지!” 주관적 하면 주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란 말이고, 객관적 하면 손님의 관점에서 보면 이란 의미입니다. 마을을 떠나기 전의 슐레밀을 주관적 관점의 삶으로 보고 마을을 되돌아온 슐레밀을 객관적 관점의 삶으로 보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의 삶을 주인과 손님의 관점에서, 즉 주관적 관점과 객관적 관점에서 스크린 한다면 현재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내가 가장이고 왕이니까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그래도 옳다고 고집하고 행동하는 순간, 우리의 가정과 회사는 더 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요. 그러나 때때로 손님이 된다면 집에 배우자와 자식 회사동료를 같은 위치에서 배려해 주고 존중해주므로 객관화되고 합리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더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주제 분수를 파악하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 할 때입니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1904 ~ 1991) 폴란드 태생, 미국의 유대계 작가로 1935년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미국 망명. [바르샤바로 간 슐레밀]로 1969년 뉴베리 영예도서에 선정되었고 198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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