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옛날 이야기

최길시 2021. 9. 28. 20:32
글쓴이 김흥수 2005-12-24 16:29:18, 조회 : 2,377

 

옛날 시골의 한 마을에 어떤 선비가 살았습니다.
거리가 좀 되는 사돈의 회갑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때는 한 여름인지라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사돈간의 예를 지키기 위하여 두루마기 차림에 갓까지 갖추어 길을 걷다 보니
곧 갈증이 나기 시작 했습니다.

지름길을 택한 산 속 오솔길에 샘을 쉽게 찾을 수 없었으며
민가는 더 더욱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마침 옹달샘을 발견하고,
엎드려 급하게 물을 먹는데
순간 물 속에 동그란 뱀 알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앗 차 싶어 고개를 들었으나
이미 뱀 알은 목으로 넘어가고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선비는 낙심하였지만
그래도 길을 재촉하였는데,
아랫배가 슬슬 아파오더니 속이 메스껍고,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어
사돈의 회갑연 참석도 중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저간의 일을 이야기하고
몸져 누웠습니다.

가족들이 용한 의원을 모셔다 치료를 했지만,
병은 점점 악화되어 이제는 뱃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까지 느껴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은 수척하여 지고,
결국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중환자가 되어 시만고만 오늘내일 하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마침 마을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그 사정을 듣고는
‘내가 의원인데 그 병을 고치겠노라’고 하여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나그네를 집으로 들였습니다.

이 나그네는 뱀 알을 먹게 된 경위를 소상히 듣고
손끝에서 발끝까지 정성 들여 진맥을 하더니
자기가 처방해 주는 약을 먹고
하얗고 작은 토막들이 변으로 배설되면
뱀이 죽어 변으로 나오는 것이므로
병이 잘 나을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였습니다.

과연 그 나그네가 지어준 약을 먹인 후
환자의 변을 분석 해 보니 작고 하얀 토막들이 있는지라

부탁하여 몇 첩을 더 먹인 후
완전히 그 병이 낳아
그 나그네는 칙사 대접을 받고

그 선비와 가족들이
자~알 먹고
자~알 살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끝)ㅎㅎㅎ

이 이야기는 최길시 선생님께서 1967,68년 초등5,6년을 담임하시면서
우리들에게 들려주신 많은 옛 이야기들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그 선비는 뱀 알을 먹은 것이 아니고,
선비의 갓 끈에 달린 구슬장식이 옹달샘에 비친 것을 뱀 알로 착각하여
마음의 병이 생겼고,,

그 나그네는 그 사실을 알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수수깡 속 부분을 약 속에 넣어 변으로 배설케하여
그 선비의 마음의 병을 고친것이다.

모든 병은 마음먹기에 따라 고칠 수도 있고,
없는 병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참 재밌게 들었고
‘뱀 알을 삼켰다.’라는 구절에선 긴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중국김치 기생충 알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단체 식을 많이 하는 나는
이미 기생충에 감염되어 배가 아픈 느낌이 들기까지 하면서
사십여 년 전의 그 옛 이야기가 생각 나 슬며시 웃었습니다.

요즘도
내 몸이 아플 때
혹은 주변의 아픈 사람들이나
집에 아이들이 아프다고 하면
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선생님 생각에 …

재미있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책상에 턱 괴고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던 그 때를 추억하며…

옛날에 들었던 선생님의 옛날 이야기를 지금 선생님께 다시 해 드립니다.

선생님 ! 차가운 날씨에 건강하시구요
교단에 서 계시는 선생님을
꼭 뵙고 싶습니다.

제자 김흥수 배상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제군에게  (0) 2021.09.29
오랫만에 불러보는선생님께~~  (2) 2021.09.29
정말 대단하십니다  (1) 2021.09.28
너무 반가웠습니다.  (1) 2021.09.28
몇 년만에 받아보는 봉함 편지  (1)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