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언제나 글로 선생님께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 오던 학생입니다.
저는 현재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인 학습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본디 대학은 국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풀무원이라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였지만,
호주 유학 당시 만난 일본인과 결혼했습니다.
이후 서강대에서 한국어 교육 관련 학사학위와 교원 2급 자격을 받아 3년 전에 일본으로 이민 와서 살고 있습니다.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제 출신은 묵호입니다.
강원도 동해 묵호.
묵호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동해 북평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우연히 신문에서 선생님의 출신과 과거 근무하신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달리의 까막바위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직은 한국어 교육에 몸담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개인 레슨으로 70여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국어 능력시험 특강을 마치고,
교실에 홀로 남아 다음주 수업을 준비하다가 선생님께 문득 편지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이렇게 길게 편지를 올립니다.
한번도 뵌 적 없지만,
제게는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한국과 한국어, 학생들과 후배 선생님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많이 느낄수가 있습니다.
저도 학생들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을 더욱 존경합니다.
지금까지 근무한 한국어 교실에서는 일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봅니다.
얼마나 많은 수업을 듣게 할지에 모든 목표를 맞추고 있습니다.
교재도 시중에 판매되는 인기가 많은 책을 하나 선택해서
진도만 나가고 있습니다.
교재의 개발 방향은 얼마나 더 많이 팔릴지에 대한 것이고,
교재론이나 교육학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유명 교재를 그대로 베끼고 멋진 삽화를 여러곳에 배치한
부끄러운 그런 교재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은 전적으로 학생의 무능력으로 그 탓을 돌리고 있습니다.
타이머를 맞춰 놓고, 수업의 흐름과는 별개로 칼 같이 수업을 종료하고
달아나듯 다음 수업에 들어가는 일에는 정말로 신물이 납니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더욱 잘하게 되는게 최종 목표입니다.
이 세상에 한국어를 바르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신나는 일 아닙니까.
매 수업 준비는 수업시간만큼의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각 학생의 위치에서 이해하고 궁리하고 있습니다.
수업할 때는 준비한 80%만 가르치고 20%는 참습니다.
그 20%를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저는 그들이 아무리 외국인이고
우리의 관계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고 해도
수업이라는 것은, 강단에 선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Truth of moment"
경영학에서는 TOM, "진실의 순간" 이라고 하는데,
제가 수업을 하는 1시간이 채 안되는 그 짧은 시간.
학습자는 저와 한국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수업을 준비한 흔적 등을 그들이 모를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육 환경에서는 이런 얘기를 해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새로운 한국어 교실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실 이름은 "하루하나 한국어 교실"입니다.
학교의 이념은 1.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2.知를 통한 행복과 만족 3.연결과 소통입니다.
모든 교육 활동은 그 철학에 기반을 두고 할 것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한국어와 한국을 더 배워나가며
하루에 한 단계씩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새로운 교실 준비는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일본에서는 구할 수 있는 자료도 부족하고,
같은 철학과 목표를 가진 선생님을 찾는 것도 어렵기만 합니다.
오히려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본인 선생님 중에 존경할만한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너무 두서가 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용서하세요.
아마도 이국 땅에서 누구 하나 들어줄 사람 없는 상황에
너무 가슴이 답답했나 봅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멀리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동경에서
김중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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