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홈페이지] | 2017-03-26 09:10:18, 조회 : 859 |
조선일보 토요일마다 나오는 관심 있는 ‘Books'에 눈에 익은 책이 나와 반가웠다. 언젠가, 강릉고 제자라며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인 김정한 군이 자기가 번역했다고 보내준 책.
책을 받았을 때, 솔직히 고맙기는 한데 좀 부담스러웠다. 모처럼 보내준 책인데 읽어보지 않을 수는 없고, 부피가 만만치 않아, ‘야 이거 내가 다 읽어낼 수 있을까, 읽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일이……?’ 더구나, 나는 오래 전부터 번역서는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읽지 않고 있었다. 그건 어설프고, 때로는 엉터리 번역도 있어, 읽고나서 실망하든가 중도에서 덮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며칠을 밍기적거리다가 펴들었는데, 놀라움과 재미에 빠져 며칠 만에 다 읽고는 감동도 하고 감탄도 했다.
‘아니, 전문 번역가도 아니고, 문학쪽과는 거리가 있을 의사인 그가 어떻게 이렇게 우리 입맛에 맛있게 번역을 잘 했을까?’ 전화로 칭찬을 해 준 적이 있던 그 책이었다.
사실 그 책을 읽고도 나는 김정한이 누구였던가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나와 편지도 주고받은 사이였었다. 반가운 만남도 가졌고, 내 저서에 그의 글이 실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가 소설을 정신없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어, ‘그 번역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국어선생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은, ‘자네, 문학적 소질이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한창 일할 지금 곁눈질하는 건 직무 태만이 될 수 있으니 옳지 않은 것 같고, 이담 노후 한가해지거든 꼭 문학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네. 일본에서 75세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사람도 있으니까…….’
‘인간의 육체’, ‘정의와 모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꼭 한번 이 책 읽어보기를…….
‘아 참, 그리고 그 책은 내 서가에 썩히기 아까워 자네 허락도 없이 사인해 놓은 그대로-그대로도 괜찮다고 해서- 우리 동백도서관에 기증했다네. 지금 보니 좀 아까운 생각도 드는데……. ㅋㅋㅋ’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인수(강릉고 25기)의 독후감 (0) | 2021.10.29 |
---|---|
강릉신문 기사 (2) | 2021.10.29 |
선생님 저서 강원일보 기사 (2) | 2021.10.29 |
선생님 저서 <황혼,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강원도민일보 기사 (6) | 2021.10.29 |
봄, 황혼 (7) | 2021.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