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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굽혀라.

최길시 2021. 10. 20. 06:40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1-05-05 17:02:45, 조회 : 894

 

 

웃으면서 굽혀라.

오늘은 어린이날. 나의 어린이는 지금 군에 있고 상병이다. 그래서 가까운 어른과 식사를 했다. 소주 한두 잔에 시간의 앙금이 녹아내린다.

김대장 고마워. 내가 김대장에게 덕담 한마디 할게.
네. 감사합니다.

내가 젊을 때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셨지. 내가 외동이야. 젊을 때 성질도 괄괄했지. 그러니 그분이 돌아가시면서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어? 나도 살면서 분명히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갖은 고난을 다 겪을 텐데... 그분이 유언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어.

‘나 죽고 난 후에 네가 살다가 힘든 일을 만나, 누구 이야기 할 데도 없으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 그래서 산이든 바다든, 어디든 아무 마을에라도 들러서 그 중에 제일 어른을 찾아가. 가서 아무 말씀이라도 들려 달라고 해봐. 누구라도 아무리 촌로라도, 그분들은 인생을 살면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들을 깨달았을거야.’

그래서요? 뭔가 얻으셨나요?

응, 나는 하나 얻은 게 있었지

호오, 그게 뭔가요?

응, 늘 웃는 것과, 남에게 굽히는 것. 언제나 뻣뻣하게 덤벼드는 놈들이, 늘 어디서고 깨지지. 굽히고 들어가서 좀 도와달라는데 누가 죽이려 들겠냐 말이야? 게다가 웃으면서 굽히면, 누가 굳이 뺨을 때리려고 들겠어? 내가 독자로 태어나 형제하나 없이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낸 건, 바로 이 원칙을 평생 지키고 살았기 때문이야.

네. 그렇군요.

내 말 오해 말고 들어. 김대장도 말이야. 모자 쓰고 늘 아주 빳빳하잖아? 특히 승마 부츠를 봐봐. 어른들 볼 때는 딱 일본 순사라니까? 덩치나 작어? 그런 사람이 허리 꼿꼿하게 펴고 다니면 다들 뒤에서 뭐라고 하지. 그러니 늘 웃으면서 굽히고 들어가, 그러면 누가 김대장을 가지고 뭐라 하겠어? 특히나 김대장처럼 큰 일 할 사람은 어디서나 적이 있어서는 안돼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뭐 그다지 큰 일할 위인은 못되지만, 그래도 늘 명심하고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www.allbaro.com

즈문마을에서...

어른들의 자손 사람은 죽어서도 끝이 없나보다. 여기 다산의 오래 된 편지도 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중 - 정약용

근검(勤儉) 두 자를 유산으로...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 정도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에게 물려주겠다.
너희들은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한 글자는 '근'이고 또 한 글자는 '검'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동안 써도 다 닳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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