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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죽여 우는 저녁

최길시 2021. 10. 20. 06:37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1-05-03 07:39:40, 조회 : 853

 

 

소리 죽여 우는 저녁

방송국의 요청으로 우리 재활승마 어린이들의 사진을 검토했습니다. 웬일인지 콧날이 아프고 눈자위가 뜨거워집니다. 영하 18도. 눈은 하염없이 내립니다. 그 맹추위에도 일주일간 말을 기다린 우리 장애인 어린이들은 쓰다달다, 아무런 불평도 없이 활짝 미소 지으며 말을 탔습니다.

운동장에도, 말의 얼굴과 목에도, 선생님들의 모자와 어깨에도, 아이들의 헬멧에도 소리 없이 눈이 쌓였습니다. 무엇이 이런 강추위 속에 눈을 맞으며 말을 타게 만들었을까요? 나는 우리 선생님들의 노력과 아이들의 눈빛에 그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 강동구 장애인 아이들은 말을 사랑합니다. 말을 타면 이 아이들의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이 고독한 행성에는 장애인 아이들과 우리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우리는 내년에도 재활승마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내년 후년쯤에는 비나 눈을 맞지 않고 재활승마를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뿐입니다. 우리 재활승마 장애인 아이들의 미래가, 그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길 기원합니다. 내 볼에 흐르는 이 뜨거운 눈물은, 여전히 아무 소용없습니다. 힘없는 나는 , 무능한 나는, 어둠 속에서 소리 죽여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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