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9-11-03 10:13:12, 조회 : 876 |
남편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이 시는 문정희 시인의 시집『양귀비 머리에 꽂고』
(도서출판: 민음사, 2008)에 실려 있습니다.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 (0) | 2021.10.14 |
---|---|
사랑하는 딸에게 -공지영- (0) | 2021.10.14 |
가을 가슴 (0) | 2021.10.14 |
'그곳의 추억' -박순배- (0) | 2021.10.14 |
아침 일출 (0) | 2021.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