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남편' -문정희-

최길시 2021. 10. 14. 09:53
글쓴이 kilshi 2009-11-03 10:13:12, 조회 : 876

 

 

남편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이 시는 문정희 시인의 시집『양귀비 머리에 꽂고』

(도서출판: 민음사, 2008)에 실려 있습니다.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  (0) 2021.10.14
사랑하는 딸에게 -공지영-  (0) 2021.10.14
가을 가슴  (0) 2021.10.14
'그곳의 추억' -박순배-  (0) 2021.10.14
아침 일출  (0)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