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7-09-26 11:19:11, 조회 : 832 |
외손자의 추석 인사
여러분들도 한가위 귀성(歸省)을 잘 하고 돌아왔습니까? 고향은 역시 고향인데, 골격마저 갈아엎은 성형 수술처럼 서먹서먹해져 갑니다.
고향으로 가는 길
바람을 가르며 씽씽거리고 달려갈 이유가 없어 시적시적 국도로 갔습니다. 도시를 빠져나가자 귀성길답지 않게 길은 한가로웠습니다. 구름 두둥실 떠있는 가을하늘 아래 산모롱이 돌아가는 가느다란 길이 정겨웁고, 들판엔 우리 어렸을 땐 보기 힘들던 노오랗게 잘 익은 벼가 쓰러질 듯이 풍성하고(옛날엔 농약을 그렇게 뿌려 대는데도 벼도열병인가 때문에 들판이 노랗지 못하고 얼룰덜룩 얼룩이 져 있었지요), 행정구역은 잘 모르겠지만(횡성군이었나?) 꽃길 조성을 잘 하여 길가에 코스모스며, 칸나며 꽃길이 아름다웠습니다.
변아무갠가 하는 실세의 입김을 쐬어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튼, 월정사가 말끔히 때를 벗었는데 여기저기 중건을 하여 예전과는 딴모습이었습니다. 8각9층석탑만이 재건축된 집 앞에 나선 예전 어머니의 모습처럼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다행한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 때 처음으로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그 숲길(그 때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빽빽했었던 것 같았는데, 그 새 중간중간 큰 나무들을 베어냈는지, 아니면 어렸던 나의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이 그 때 같은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보전되어 다람쥐들도 낯가리지 않고 뛰어나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푸른 눈빛으로만 반짝이는 동해 바다도 여전하고……. 경포 해변의 불법 건축물이 말끔히 정리되고 있어 시원하였습니다.
The Oak 참나무
Alfred Lord Tennyson 앨프레드 테니슨
Live thy Life, 젊거나 늙거나
Young and old, 저기 저 참나무같이
Like yon oak, 네 삶을 살아라.
Bright in spring, 봄에는 싱싱한
Living gold; 황금빛으로 빛나며
Summer-rich 여름에는 무성하고
Then; and then 그리고, 그러고 나서
Autumn-changed 가을이 오면 다시
Soberer-hued 더욱 더 맑은
Gold again, 황금빛이 되고
All his leaves 마침내 나뭇잎
Fall'n at length, 모두 떨어지면
Look, he stands, 보라, 줄기와 가지로
Trunk and bough 나목이 되어 선
Naked strength. 저 발가벗은 ‘힘’을.
(장영희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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