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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시 2021. 9. 25. 19:45

200412 이 홈피를 세상에 내놓았었지요.

잘 키울 지식도 능력도 없었으면서 서둘러 세상에 내놓은 건, 그동안 연구하고 수집한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자료들을 묻어두지 말고 맡겨 활용할 누군가가 필요해서였지요. 그땐 이렇게 멀리까지 오리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16년 하고도 9개월이나 흘렀습니다. 놀라움이랄까 공허함이랄까, 짧지 않은 시간 숨쉬며 떠밀려온 이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속내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요!

 

분당중 박선생님으로부터 만들어받아 첫글로 생명을 불어넣을 때만 해도, 컴퓨터 앞에 앉을 기력이 있는 날까지 한결같은 모습 그대로 손잡고 여생의 반려로 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 세상이 개벽하듯 바뀌었고 컴퓨터의 기능과 역할도 일취월장했는데, 이놈은 업그레이드 못해 버려진 홀로 자란 자식처럼 모습은 그야말로 구시대 촌노가 된 데다가, ‘한국어 교육방을 찾아오는 사람도 게시판을 기웃거리는 발길도 뜸해지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없이 몽땅 뜯어고쳐 환골탈태 시키거나, 아쉽지만 절명시키고 새 아이를 만들어 내놓지 않으면 안 될 형편에 이르러 한참동안 고민했지요. 삶이 그렇듯이 역사도 너덜너덜함 속에 애잔함이 있어, 어떻게 하든 숨붙여 살려볼 방도를 찾느라고 꾸물대다가, 결국 Daum에 블로그를 만들어 새 생명에 바톤을 넘기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블로그가 언제 열리게 될지 지정해 둔 날짜가 없으니 그때까지는 이걸 그냥 열어두겠습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예쁘고 늠름하게 만들까 하는 욕심 이전에 뼈대를 세우는 방법도 몰라, 제자인 경기도박물관 사무국장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뼈를 만들고 살을 붙여봐야 병이 나면 수술도 하고 계절마다 때때로 옷도 갈아입힐 수 있겠기에 직접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세월이 얼마나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정말 생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안도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갈바람 같이 일렁이는 노후의 생애를 대책없이 바장이다 보니, 별 의미없는 일일 수밖에 없을 망정 내가 숨쉬고 휘적이는 궤적을, 노을처럼 허전하고 쓸쓸해지지 않도록 사는 날까지 블로그에 하나하나 쌓으며, 남에게는 감동스럽지 못하더라도 내마음의 여울소리를 음미하려고 합니다. 살아오며 기억 속에 담겨져 여태도록 지워지지 않고 있는 잔영들과 인연들, 이미 떠나버린 사람들까지도 가끔 궁금해져 눈가가 젖는데, 꿈에서라도 찾아와 들여다보고 입김이라도 불어넣어주면 좋겠다는 희망의 꼬리에 매달려 우선 이 홈피의 폐막을 알립니다. , 그러고보니 오늘이 추석인데 유행병에 개정치판 흙탕물에 이래저래 세상이 뒤숭숭해 명절이라지만 숨이 막혀 답답하군요.

고마웠습니다.

20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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