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제자 인사 올립니다

최길시 2021. 9. 28. 14:12

선생님 인사 올립니다.
저는 강릉상업고등학교(34회)를 졸업한 류재만입니다.
이충웅 군의 선생님의 근황에 대한 말을 듣고 무척 반가웠으나, 죄송스런 마음이 앞섰습니다. 제자인 것이 부끄러워서 안부를 여쭈면서도 기억하지 못하였으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그늘 아주 외진 곳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놈이 있었구나 여겨만 주시면 얼마나 벅찰까 생각했습니다.
2학년 때 담임이셨던 선생님께서 성취도에 따라 자비로 장학금을 주신다고 하셨고, 제가 그 은혜를 받았습니다. 장학금의 의미와 더불어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저에게 졸업을 가능하게 하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아주 늦게 관동대학 국어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글이 쓰고 싶어서 등단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시를 1000편 이상 습작하였으나 재주가 없어 또 아주 늦게 등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그때 누가 가장 기뻐해 줄까.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생각만 했습니다. 은혜와 가르침을 생각만 한 것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황하게 유치한 속내만 드러냈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선생님의 의지로 세상이 밝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시집을 근무하시는 학교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곳 묵호를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졸시를 적습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요.


게구석에 지다


아버지가 손수 조립한 발동기 소리가
수평선 너머에서 치익치익 식어가며
노을 그림자로 게구석에 지면
대광주리에 담은 어머니의 조바심 나는 물마중을 따라
대폿집 문전에서 군 꽁치 서너 마리 들고 선
큰오빠의 시선을 피해
연희는 망대 모퉁이에서 한결같이 목울대를 고추 세우고 서있습니다

새벽이 되어서야 서로 잡고 잠든 두 손에
따순 온기로 강화가 이뤄집니다
게장이 귀퉁이에 쑤셔 박힌 한고를 건네받고
깡충깡충 조렇게도 좋아라
날렵하기 짝이 없는 학꽁치라지
물배웅을 한 발 주둥이에 매달고
앞장서서 내닫는 거지요

 

 

글쓴이 류재만 2005-06-28 19:05:32, 조회 : 2,246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생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2) 2021.09.28
선생님 감사합니다  (1) 2021.09.28
선물을 받고나서  (0) 2021.09.28
홈페이지 활성화를 기대하며...  (1) 2021.09.28
선생님 김승하입니다  (1)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