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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스칠 때' -이 성 선-

최길시 2021. 10. 21. 06:32
글쓴이 kilshi 2011-08-08 18:00:14, 조회 : 822

 

 

당신이 나를 스칠 때

이 성 선

구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산길을 걸으며

내 앞에 가시는 당신을 보았습니다

들의 꽃 피고 나비가 날아가는 사이에서

당신 옷깃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당신 목소리는 거기 계셨습니다

산안개가 나무를 밟고 계곡을 밟고 나를 밟아

가이없는 그 발길로 내 가슴을 스칠 때

당신의 시는 이끼처럼

내 눈동자를 닦았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에 닿은 하늘빛처럼

우물 속에 깃들인 깊은 소리처럼

저녁 들을 밟고 내려오는 산 그림자의 무량한 몸빛

당신 앞에 나의 시간은 신비였습니다

돌담 샘물에 떨어진 배꽃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새벽 산에서 옷을 벗는 새벽빛을 보셨습니까?

당신은 나의 길을 이렇게 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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