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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 선산이 없어진지 70년 됐다.

최길시 2021. 10. 20. 07:10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1-05-20 21:30:51, 조회 : 1,000

 

 

문중 선산이 없어진지 70년 됐다.

명절 때면 나는 문중 산이 있는 친구들의 성묘에 은근이 기가 죽었었다. 제사를 마치고는 집안에서 술잔이나 기울였던 것이다. 아버지 말씀이, 70년 전에 강릉 교도소 근방에 문중 선산이 있었다고 한다. 홍수 때 문중 선산 흙이 쓸려 나간다고, 조상의 묘소를 공동묘지로 옮긴 이후로 가세가 급격히 몰락했다고 한다.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나는 당장 우리가 선산을 마련한다고, 뭔가 급하게 복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강릉김씨 집안 중에서도 선산 있는 집안이라는 자존심. 그리고 기제사 때 모두가 한 곳에 모여 성묘를 하며, 마치 단체 소풍처럼 어딘가에 모일 곳이 있다는 것.

그래서 한잔 음복주를 나누며 지난 조상님 이야기와 우리 자손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가는 집안의 가풍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 우리나 우리 후손들이 살다가 실패나 시련을 겪게 될 때, 자신의 뿌리를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는 것.

후손들이 배우자를 고를 때나, 사업을 하거나, 뭔가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어른의 말씀을 듣고 참고하는 가풍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선산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고, 아내가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찬성하고, 협조하고, 선도했다.

돈이 많아서 선산을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장남인 내 몫이다. 나는 선산 자리들이 양지바르고 앞이 탁 트인 명당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집안 전체가 일 년에 몇 번씩 야외 소풍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맑은 공기 깊은 숲, 시원한 전경에서 음복주를 나눈다면 어느 후손이라도 기꺼이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꼭 기제사 때가 아닐 때라도, 그곳에서 한잔 하고 내려올 수 도 있을 것이다. 돌아가신 어른들을 그리며 드는, 뜻 깊은 술 한 잔.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부터 시작되는 묘소인데... 삼촌들과 사촌들은 어떻게 할지 의론이 필요하다. 일단은 내가 아우와 함께 먼저 선산을 마련한다. 이 김씨 문중 선산에 묻히기 위해서는, 삼촌들이나 사촌들은 반드시 뭔가 그에 걸 맞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제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명절에 함께 모이는 일. 사촌들이 삼촌들을 생각해서라도 시간적, 물질적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선산을 만들어 묘자 리를 공짜로 나누어 줄 생각은 없다. 인생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후보지를 보고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