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리더십캠프

최길시 2021. 10. 18. 09:05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1-02-15 17:19:03, 조회 : 909

 

 

리더십캠프

길을 가다 어디선가 리더십캠프라는 광고를 보았다. 리더십, 지도자의 자질. 그런 것이 과연 길러지고 육성되는 것일까? 나는 거리의 검은 진창으로 비명도 없이 뛰어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내 특기인 딴 생각하기에 빠져든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어떤 것일까? 어떤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설득력으로 모두가 원하는 뜻을 이루어 다 같이 그 행복을 나누는 그런 이상향? 그럼 지난 유구한 역사 속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이루어 진 적이 있을까? 이건 꼭 삼국지의 스토리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삼국지의 결말은 의외로 싱겁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는 모두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졌고 실패했다. 실제로는 조조 아래에 있던 사마씨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었다. 그 나라가 바로 진이다. 물론 성공과 실패를 어디에 두고 보는가도 관건일 것이다. 어쨌든 수십만, 수백만 명의 양민들은 죽었다. 그들이 남긴 말은 단 한 줄도 책에 없다.

세계 제 2차 대전 승리 후 영국민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상을 갈아 치우는 것이었다. 울며불며 미국과 러시아를 쫒아 다녀 생고생 끝에 간신히 전쟁에 승리하자, 영국민들은 다음 선거에서 처칠을 수상 자리에서 내쳤다. 지겨운 전쟁은 끝났다. 이젠 안전과 평화, 성장에 필요한 수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영국민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꼽는다면 나는 예수를 꼽겠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21억 명의 신도를 가진 종교를 창시했다. 그는 33세에 죽었다고 추정된다. 어떤 지도자가 이런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그는 성전에서 환전상을 채찍으로 때렸고, 이후 정권의 시스템을 파괴한 죄와 체제에 대한 도전, 신의 아들 사칭 죄, 총독의 괘씸죄 등등 몇 가지 사소한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당했다.

인간은 가장 현명하고, 위대한 지도자에게 가시관을 씌우고, 채찍으로 치고, 골고다 언덕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걷게 했고, 마침내 그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고, 과연 죽었는지 옆구리에 창을 찔러 넣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행복한 결말을 맞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지도자는 고독하다. 지도자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지도자는 몇 몇 작은 성공을 찬미 받지만 이는 곧 잊혀 진다. 진정한 지도자의 가치는 그가 생존한 순간의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의 존재에 따라 세상이, 또는 세상의 가치관이 얼마나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지도자 때문에 행복해진 세상도 많지 않고 지도자가 행복한 세상도 많지 않았다. 실은 몇 몇 동화책 빼고는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지도자가 필요한가?

역사 속의 영웅들은 수만 수천만을 쉽사리 살해했다. 우리들의 지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일 사람인가? 우리에게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그들이 잘 길러지고 놀라운 능력의 지도자가 되면 세상은 또 얼마나 불행해질 것인가? 나는 우리와 지도자의 관계가 파리와 에프-킬라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우리를 대량살상 할 자를 믿고 따른 것은 아닌지? 아니라고? 그럼 지난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핵무기는 무엇인가? 지도자가 많은 세상은 좋은 세상인가?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수만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는 말이 가슴을 찌른다.

눈은 밀리는 자동차 사이에 소리 없이 쌓인다. 지나친 상상은 좋지 않다. 눈 내린 도로에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는 사고나 일으키기 십상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전 세계의 대통령들이나 수상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어떨까? 그 중에는 반드시 잔심부름이나 하는 얼치기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가 애써 발굴해서 추대한 지도자가 허드렛일에나 적합한 자라면? 또는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개구리나라의 학’과 같은 지도자라면?

이 글에 결론은 없다. 눈 내리는 도로. 나는 언제까지고 운전대를 쥐고 멈추어 있을 뿐, 쓸데없는 상상만이 나를 운전석에서 자유롭게 하리라.


즈문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