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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이재무-

최길시 2021. 10. 15. 09:41
글쓴이 kilshi 2010-03-29 07:51:35, 조회 : 1,128

 

 

먼 길

이 재 무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속 유숙하던 그 많은,

허황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날 문득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서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렘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 괜시리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

 

♣ 이 시는 이재무 시인의 시집인『저녁 6시』

(도서출판: 창비시선, 2007)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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