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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님의 글

최길시 2021. 10. 15. 08:47
글쓴이 kilshi 2010-01-12 14:47:38, 조회 : 991

 

 

분당중에서 같이 근무하던 '예천'님이 싱가폴에 유학하는 딸 뒷바라지 하러, 사직하고 오늘 싱가폴로 떠났습니다. 여기에다 글을 올리려다 보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내 E-메일로 보낸다는 말과 함께 아래 글을 보내주었기에 대신 여기에 올립니다. 그바람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댓글다는 것을 통제하지 말고 다 풀어버릴까?

 

몇 해 전부터 두 가지 화두가 저에게 생겼습니다.

정확하게 최교장님의 퇴임 때부터라고 기억합니다.

어떻게 교직을 떠날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죽을 것인가?

두 번째 것은 저의 의지와는 다르게 결정될 수 있지만

첫 번째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정말로 알 수 가 없는 것이라

이렇게 갑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말이 절실합니다.

뒤 늦게 작은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 아이는

초음파로 확인하는 순간부터 기쁨이요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지금과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요.

 

복효근이라는 시인의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뜻하지 않게 갑자기 교직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 길도 저 길도 장단점이 있기에 힘들었고

많은 생각 속에서 어렵게 결정했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항상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고 힘든지 모르고 보람있었고

가르친다는 일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해 주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 것입니다.

분친회 여러분을 만나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인생의 훌륭한 선배이자 동료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대한민국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여 살았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럼없이 열심히 살겠습니다.

6월에 한국에 다니러 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끝이라는 거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 모양이란 말이냐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누구의 마침표냐

반쯤은 땅에 묻히고 반쯤은 하늘 향해 솟은

오늘 새로 생긴 저 무덤

무엇의 씨알이라는 듯 둥글다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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