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9-12-07 15:28:22, 조회 : 905 |
초겨울 저녁
문 정 희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한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 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 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이 시는 문정희 시인의 시집 『지금 장미를 따라』
(도서출판: 뿔, 2009)에 실려 있습니다.
'(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스개 -돈 되는 할머니- (0) | 2021.10.15 |
---|---|
故 김추기경 어록 (1) | 2021.10.15 |
첫눈 (0) | 2021.10.15 |
'진정한 깨달음' -법정- (0) | 2021.10.15 |
'만약 내가' -에밀리 디킨슨- (0) | 202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