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위대한 이야기들

최길시 2021. 10. 14. 09:37
글쓴이 kilshi 2009-10-14 15:46:24, 조회 : 944

 

 

위대한 이야기들

 

대부분의 얘기는 결말에 다가갈수록 시시해지지만, 위대한 이야기들은 달랐다. 나는 줄리엣처럼 사랑하기를, 클레오파트라처럼 사랑 받기를 꿈꾸었다. 혹은 폴스타프처럼 산전수전 다 겪기를, 헨리 5세처럼 싸우는 것도 꿈꾸었다. 내가 이제까지 그런 삶에 이따금 메아리처럼 멀리서 맴돌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노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혀 보상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희미한 메아리조차 나 혼자였다면 상상도 못할 만큼 내 인생을 심오하고 풍부한 존재로 변모시켰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안에서 사랑과 웃음, 증오와 배신, 심지어 살인의 본질을 보았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영혼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자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제니퍼 리 카렐 『퍼스트 폴리오 1』중에서. 박현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