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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김승동-

최길시 2021. 10. 13. 09:27
글쓴이 kilshi 2009-06-01 21:59:42, 조회 : 764

 

 

낙산사

김 승 동

6월 낙산사에는 가지 말일이다

의상대 앞바다에 가는 비라도 뿌리면

먼 고깃배들 바라보는

해동관음보살 시름이 너무 크다

 

조심조심 접어 내려간 홍련암 뜨락에

붉은 눈물 뚝뚝지는 해당화 몇 송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면

차마 걸음 돌려놓기 힘들 것이다

 

군데군데 댓잎에 물방울이 맺히고

바람이라도 따라와

헌 가슴에 숨긴

부끄러움 다 내어 놓으라 하면

아무 말 말고 그렇게 할 일이다

 

괜히 이리저리 핑계 대다

연못 위에 둥둥 떠다니는

외로운 독경소릴 피해

원통보전 앞마당에라도 들어서면

정말 큰일이다

 

돌탑을 비껴 앉은 보리수나무

이슬비에 고개 숙인 채

촉촉이 내뿜는 그 짙은 향기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

한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