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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끄럽구나 인간들이여,' -실락원, 중에서-
최길시
2021. 10. 10. 10:31
글쓴이 | kilshi | 2008-07-29 10:02:55, 조회 : 1,031 |
아, 부끄럽구나 인간들이여,
저주받은 악마도 저희끼리
굳은 화합 이루거늘, 오직
인간들만이 불화하는구나,
이성을 지닌 생물이고, 하늘의 은총 받을
희망 지니고서도, 하느님은 평화를 선포하셨는데,
아직도 저희끼리 미움과 적대와 싸움 속에
살고, 서로 파멸시키려고 잔인한 전쟁
일으켜서 대지를 황폐케 하는구나.
(밀턴,『실락원』 제2편중에서)
아침부터 꽤 찌는구나! 싶어서 달력을 보았더니 중복(中伏)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이때가 농사일에 가장 힘든 김매기철이다. 짙푸른 하늘에서 질펀한 들판을 향하여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려쬐고, 한창 기운차게 자라오르는 볏잎끝은 벗어붙인 살갗을 찌르고, 땀은 비 오듯 하는데, 그래도 구성진 농가(農歌)를 뽑아내며 그 힘듦을 잊어본다. 그러다가 중복날이면, 냇가에서 천렵을 하든가, 몇이서 어울려 동네 어느 집 개를 잡아 복(伏)을 넘겼다.
신문을 들어도, TV를 켜도 어디 하나 시원한 소리는 없고, 답답한 우리 외교의 독도 얘기, 끝도 양심도 없는 촛불시위 얘기, 진흙탕 선거 얘기, 추락한 주가(株價) 얘기……. 참 대책없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