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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가을' -이재무- (최요삼)

최길시 2021. 10. 8. 11:53
글쓴이 kilshi 2008-01-03 11:59:19, 조회 : 830

 

 

남겨진 가을

이 재 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밭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 난 조롱박으로 떠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그야말로 시간이 모래처럼 물처럼 새고 있다. 보신각 종소리를 듣고, 새해 인사하고 한숨 돌렸을 뿐인데 벌써 3일이라니……. 그 새는 시간을 따라 최요삼 선수는 짧은 생애를 바람처럼 마쳤다. 아버지 가신 날에 남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걸 넘겨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