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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유(Leisure)'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

최길시 2021. 10. 7. 11:15
글쓴이 kilshi 2007-10-18 11:05:17, 조회 : 894

 

 

오늘,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옛날 국민학교 교과서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라고, 수없이 나왔던 그 하늘! 한참 살아보니, 그 때 그 글을 썼던 사람, 세계도 잘 돌아다녀 보지도 않고 제 기분대로 썼던 모양입니다. 요즘도 보면 잘 모르면서 ‘어쩌구 저쩌구’ 가장 유식한 체, 제 혼자 아는 체, 떠드는 사람이 많지요.

어쨌거나 손톱으로 튕겨보면 물방울이 튈 것 같은 하늘입니다.

 

여유! 아무 생각없이 저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있어야지요. 살아가는 데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문득문득 생각하면서도 그게 실행되지 않는 것은, 그럴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늘 분주하기 때문입니다. 순수의 의미가 빛을 잃어가는 세상이, 국민의 생활을 개인의 아집과 이해득실로 몰아가는 정치가, 마음을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으니까요.

 

 

여 유(Leisure)

윌리엄 헨리 데이비즈

그게 무슨 인생이겠는가,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한가로이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숲을 지나면서 다람쥐가 풀숲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이 없다면

 

한 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총총한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미인의 눈길에 돌아서서 그 아리따운

발걸음을 지켜볼 시간이 없다면

 

눈에서 비롯해 입으로 곱게 번지는

그녀의 미소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참 딱한 인생 아니랴, 근심으로 가득 차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