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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시(詩) 감상(18)

최길시 2021. 10. 7. 10:14
글쓴이 kilshi 2007-10-02 10:57:05, 조회 : 1,199

 

 

개성(開成) 선죽교(善竹橋)에서

 

故國江山立馬愁(고국강산입마수)

半千王業空一邱(반천왕업공일구)

煙生廢墻寒鴉夕(연생폐장한아석)

葉落荒臺白雁秋(엽락황대백안추)

石狗年深難轉舌(석구연심난전설)

銅臺陁滅但垂頭(동대타멸단수두)

周觀別有傷心處(주관별유상심처)

善竹橋川咽不流(선죽교천인불류)

 

고국 강산에 돌아와 말을 세우고 수심에 차 바라보니

오백년 빛나던 왕업이 텅 빈 언덕뿐이구나.

허물어진 담장에 연기 피어오르고, 갈가마귀 울어대는 쓸쓸한 저녁에

황폐한 대(臺) 위에 낙엽지고, 기러기 날아가니 가을이로구나.

돌조각 개도 여러 해가 되어 혀조차 굴리기 어렵고,

구리로 만든 대(臺)도 무너져내려 머리를 숙였도다.

둘러보니 더욱 마음 아픈 곳 따로 있으니

선죽교 밑에 흐르는 냇물이 목이 메어 흐르지 못하는구나!

 

김삿갓이 고려의 오백년 도읍이었던 개성을 돌아보며, 화려했던 옛날의 자취는 찾을 길 없고, 충신 정몽주의 선죽교를 바라보니 마음이 아픔을 노래한 시.

 

過松都(과송도)

 

秋風匹馬老送身(추풍필마노송신)

方若行人衣微寒(방약행인의미한)

流水只今鳴間曲(유수지금명간곡)

浮雲依舊鏁峰巒(부운의구쇄봉만)

千年城郭夕陽外(천년성곽석양외)

一代衣冠春夢間(일대의관춘몽간)

五百興亡何處問(오백흥망하처문)

月臺無得野花斑(월대무득야화반)

 

송도를 지나며

 

가을바람에 한 필의 말을 타고 떠도는 이 몸

날씨는 추워오는데 나그네의 옷이 얇도다.

흐르는 물도 지금 춥다고 돌돌 소리 맞춰 울고

뜬 구름도 옛집을 찾듯이 산봉우리에 걸려있네.

천년 성곽은 석양 밖에 아련한데

찬란했던 고려의 문화는 일장춘몽이었던가?

오백년 고려의 흥망을 어디 가서 물어야 하나!

만월대 옛 왕조 터에는 들꽃만 얼룩져 있네.

 

소슬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 고려 왕조 500년의 영화를 누렸던 만월대를 찾았다. 날씨는 추워오는데 문득 고향 생각도 떠오른다. 인생이 허무하듯이 왕조의 운명도 이다지 무상한가? 번화했던 옛 성터엔 들꽃만 무성하다.

 

 

오늘 대통령이 굳게 닫혀있던 휴전선을 걸어 넘어 북으로 간답니다. 그는 개성을 지나며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까? 어쩌구 저쩌구 허망하고 번지르르한 정치 얘기보다 먼저, 납북 인사와 북한 주민의 삶을 걱정해 줬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