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시(詩) 감상(17)
글쓴이 | kilshi | 2007-09-28 00:01:20, 조회 : 898 |
날씨가 가을 날씨답지 않게 지질거립니다. 금년은 세상 돌아가는 시절이 수상한지, 날씨까지도 산뜻하게 개질 못하는 모양입니다.
1950년 오늘 9월 28일은, 6.25 전쟁이 발발한 3일 후, 6.28일에 한강 인도교가 폭파되고, 북괴군에게 점령당했던 서울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정확히 3개월 만에 탈환한 날입니다. 그리고 그날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국군에게 38선 이북으로 진격할 것을 명령하였던 날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50여 년 전의 풍전등화 같았던 국운에 아찔할 뿐입니다.
入金剛(입금강) 금강산에 들어가
書爲白髮劍斜陽(서위백발검사양) 책읽느라 백발되고 출세 길 찾다가 다 늙었으니
天地無窮一恨長(천지무궁일한장) 천지는 다함이 없고 사람이 품은 한은 길도다.
痛飮長安紅十斗(통음장안홍십두) 장안의 붉은 소주 열 말을 실컷 마시고
秋風簑笠入金剛(추풍사립입금강) 가을 바람에 도롱이 삿갓 쓰고 금강산에 들어가다.
이 시인은 아름다운 금강산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이루지 못한 데서 오는 한 맺힌 현실을 잊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시인이 금강산을 찾아가는 것은, 현실의 괴로움을 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을 것으로 본다.
九月山(구월산) 구월산
昨年九月過九月(작년구월과구월) 작년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났고
今年九月過九月(금년구월과구월) 금년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노라.
年年九月過九月(연년구월과구월)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九月山光長九月(구월산광장구월) 구월산 풍경은 언제나 구월일세.
이 시는 한시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도 이해될 수 있도록 쉽게 썼으면서도 구월산의 경치와 작자의 감회가 잘 드러나 있다. 명시(名詩) 중의 한 편이다. 1-3행에서의 앞의 구월(九月)과 뒤의 구월(九月)은 다른 뜻으로 쓰였고, 4행은 이와는 반대로 쓰인 점이 특이하다.
구월산은 일명 아사달산이라고도 한다. 은율, 신천군 사이에 있는 산으로 해발 953m. 부근에 한산사(寒山寺)가 있다. 6.25때 반공 의용군의 격전지이기도하다. 단군이 9월 9일 1908세로 이 산의 산신으로 화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나라 서쪽에 있는 산으로서는 역사, 문화, 풍경, 무엇으로나 가장 뛰어난 산이다. 지금은 빈터뿐인 삼성사(三聖祠)는 단군을 모시던 사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