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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139) '세상사란'

최길시 2021. 10. 6. 07:23
글쓴이 kilshi 2007-07-01 06:24:54, 조회 : 920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잘려나가고, 후반부를 시작하는 '열정의 달' 칠월입니다. 내가 어렸을 적 언젠가, 어른들(그것이 아버지 친구분들이었는지, 그냥 모르는 할아버지들이었는지 확실한 기억이 없음)이 모여 얘기하는 중에,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얘기는 ‘어정어정 하는 사이에 칠월이 가고, 건들건들 하면서 팔월이 간다’는 뜻으로 말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 어정어정 건들건들 산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듯합니다.

 

7월 1일은 홍콩이 150여년 만에 본국(중국)으로 반환된 날입니다. 1842년 아편전쟁 이래 영국이 통치하기 시작하여, 1898년 베이징조약으로 지역이 더 확대되어 99년간 조차되었다가 1997년 7월 1일 중국으로 반환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반환 전후에 많은 자본가들이 홍콩을 떠났고, 내가 거기 있었던 2000년대 초기엔 경기 침체로 경제적 위기에다, SAS까지 겹쳐, '아, 정말로 동남아의 진주 홍콩의 장래가 영원히 물 속에 잠기는가' 하고 근심스러웠으나, 이제는 본국(본토)의 지원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나갔던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 이 시간, 관광과 장사가 전부인 홍콩은 관광 특수를 위해서라도 반환 10주년 기념 특별 이벤트를 화려하게 펼치고 있을 것입니다.

세상사란 늘 좋게만 계속되지도 않거니와, 계속 나쁘게만 굴러 떨어지는 법도 없지요. 세상사란 그야말로 새옹지마(塞翁之馬)입니다. 그러니 현재가 어렵다고, 기 놓고 주저앉아 있어서도 안 되고, 잘 되어간다고 입을 귀에 걸고 허허거리는 것도 안 되겠지요.

 

 

세상사란

 

Nothing is at a like goodness still,

For goodness, growing to a plurisy,

Dies in his own too-much.

(Hamlet 4.7.116-118)

 

세상사란 한결같이 좋게만 계속되는 일은 없다네.

좋은 일도 과도하면 도리어 그 지나친 탓으로

스러지는 법이라네.

(『햄릿』4막7장 116-118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