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남해, 다랭이 마을' -최 홍 걸-

최길시 2021. 10. 6. 06:23
글쓴이 kilshi 2007-06-14 09:02:00, 조회 : 1,016

 

 

사람마다 태어난 처지도 다르고, 자란 환경도 다르고, 성장 과정도 다르니까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릅니다.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자신도 느끼지 못하고 모두 으레 그렇거니 하는 절벽 한 칸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정겹든 험하든 자신의 인생입니다. 다만 그것이 천 길 낭떠러지가 되어 헛디디지 않고 보듬어 가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남해, 다랭이 마을

최 홍 걸

땅의 끝은 어디서나 절벽임을 알겠다

그 절벽을 일구어 손바닥만한 다랭이 논으로

목숨을 이어 온 다랭이 마을 사람들의 아침은

오르막길이거나 내리막길에서 시작되고

다랭이 마을 사람들의 저녁은

저 막막한 바다로 지는 노을이 아니겠는가

절벽을 끌어안고 사는

다랭이 마을 사람들의 억센 사투리가

오히려 정겨운 것은 우리들 한 생의 귀퉁이에

헛디디면 안 될 절벽 한 칸씩 껴안고 사는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