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2021. 10. 5. 12:26
글쓴이 | kilshi | 2007-05-28 15:14:02, 조회 : 962 |
밀양
새벽에 펴든 신문에도 수상 소식이 없어 ‘애석하게 떨어졌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컴퓨터를 켜니 ‘전도연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활자가 보여, ‘참 대단한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조 영화를 보러갔다. 갈 때까지는 세계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의 연기를 보고 싶었다. 어떤 연기면 세계적으로도 찬사를 받을 정도인가를 알고 싶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몇 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런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멍할 때면 언제나 나의 숙제이기도 한 ‘삶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살아간다고 하는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에 빠져들었다. 그런 상황을 당해보지 않았지만, 살아가야 할 의미를 모두 잃어버린 그런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 삶을 전도연이 그의 연기력으로 보여주었다.
송강호가 거울을 들고 섰고, 전도연이 그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는데, 카메라가 너저분한 뜨락에 떨어지는 가을햇볕은 쫓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이창동 감독의 역량이 느껴졌고, 화면이 어두워지고 캐스트가 나올 때, 그 때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하여 내 과제의 답을 어렴풋이나마 보여주었던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감탄이 흘러 나왔다. 나는 전도연의 연기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삶을 보았다.
오월의 신록 -안 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