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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지치거든' -오 세 영-

최길시 2021. 10. 5. 12:12
글쓴이 kilshi 2007-05-23 10:19:05, 조회 : 957

 

 

등꽃 그늘에 서면 보랏빛 그리움이 등꽃처럼 쏟아져 내렸었지요. 나이가 들면 그리움은 하얗게, 기다림은 체념으로 바뀌어버리지요. 금년에는 그나마 지나치는 모습으로도 등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움에 지치거든

오 세 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