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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사랑입니다. -유 하-
최길시
2021. 10. 5. 11:43
글쓴이 | kilshi | 2007-05-11 13:55:09, 조회 : 1,479 |
풋, 사랑과 같은 풋풋한 5월 초순입니다. 힘이 솟아오를 것 같은 5월이 된다고 들뜨던 날이 엊그젠데 벌써 한 마디가 간 데 없이 뚝 잘려 나갔습니다. 일에 매달려 바삐 돌아가다보면 계절도, 세월도, 사랑도, 나 자신도 미처 느껴 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채 지나가 버려 허무와 아쉬움만 남습니다. 바쁜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별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가로이 나비 날아가듯 지나가는 것들을 어쩌지 못하고 그냥 뻔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아픔입니다. 그것들을 꼭꼭 잡아 속 후련하게 주무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풋, 사랑입니다.
유 하
새가 깃드는 저녁입니다
그대의 불빛 닿지 않는 저문 강가에서
바람 속 풀잎처럼 뒤척이다 보면
풋사과 베어 먹는 소리를 닮은
풋, 그대의 웃음
어느새 가슴에 풀물로 번져옵니다
강물 위로 내리는 깊은 어둠처럼
난 오래도록 흘러왔지만
풋, 그대 앞에선
마냥 서툴게 넘어지는 풀잎입니다
그대의 불빛 미치지 않는 곳으로
물의 흐름처럼 몸을 낮추는 밤이 지나고
푸른 새벽 깃털의 새들
눈 시리도록 숲을 박차 오르는 시간에도
그새 바람 한 톨 스치면
풋, 그대의 향기에 풋풋하게 감싸여
난 서툴게 이슬 맺는 풀잎입니다
풋, 늘 그렇게
풋, 사랑입니다.
고은리 과수원 -이 창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