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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교육헌장'의 추억

최길시 2021. 9. 28. 17:58

국민교육헌장의_추억.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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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에 붙이는 ‘국민교육헌장의 추억’은 1968년 묵호 동호국민학교 6학년 제자였던 김흥수군이 동창회 홈페이지에 실었던 것인데, 오랜 세월의 이끼에 묻혀있던 추억들을 되살아나게 해 주는 글이기에 몰래 베껴 두었다가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그 때 이후로 까마득히 잊고 있던 것을 그렇게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다가 되살려 주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69학년도 중학교 입학시험을 열흘쯤 앞 둔 그 때(그 해는 내가 제1회 대입예비고사에 합격하고 몽매에도 염원하던 H대 의예과에 합격했던 해이기도 하여 쌓인 것이 많은 해이기도 함),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되었고, 전 공무원은 그걸 의무적으로 암기할 것, 모든 공식행사의 국민의례에 반드시 낭독할 것, 학생들에게도 교육할 것을 지시하는 강력한 공문이 내려왔었지.

그 때 나는 군대를 제대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군대의 기합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군대에서 매일 아침 목청이 터져라 외우던 ‘군인의 길’의 그 강력한 인상을 잊지 않고 있던 나는, 열흘쯤 앞으로 다가온 중학교 입학시험에 틀림없이 적어도 한두 문제는 날 것이라고 100% 확신하였지. 그리고 이것은 입시에 절대적인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말도 않고, 우리 반(그 때 다른 반에서도 했는지는 잘 모르겠음)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암기시켰지. 시간도 없으니 그 난해한 문장을 설명으로 이해시키기란 도저히 어려울 것 같고, 단기간에 해 치우는 방법은 암기밖에 없었지. 우수 성적도, 합격, 불합격도 결국 한두 문제에 달려 있을 텐데, 그 열쇠는 바로 이거라고 생각하였지. 그렇게 하여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외었고, 완벽하게 못 왼 몇 사람도 시험이 난다면 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깝게도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아 좀 섭섭하기도 했고, 애꿎은 애들만 잡은 것 같아 마음으로 조금은 미안했었지.

어쨌거나, 그때 묵호에는 3개 국민학교(4개였지만 한 학교는 6학년이 없었을 것으로 기억함) 6학년 30여학급 학생들이 묵호중학에 응시했는데, 우리 반에서 전체 1,2등을 비롯하여 상위에 여러 명이 들었었고, 53명 응시하여 52명이 합격하는 대단한 성적을 거두어 그 때 잠시 내 코가 약간 높아졌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