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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 김정부 옮김-

최길시 2021. 10. 27. 14:28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4-11-16 06:54:07, 조회 : 730

 

 

가끔 연락하는 강릉고 25기 제자 김태연이
'한림의대에 있는 동기 김정한이 선생님께 책을 드리겠다는데 주소 주세요'
'김정한'? 내 군생활 때 직속 상관, 내 인생을 세우는데 한 기둥 같던 분의 이름과 같았는데 왜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더구나 그와 문자를 주고받는 가운데, 내가 철원으로 옮겨갔을 때 편지도 보냈었다는데... 어떨 땐 내 기억력이 꽤 쓸만하다고 자부했는데 이럴 땐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의학 전공인 그가 보낸다면 의례적인 논문이거나 의학 관련일 텐데... 솔직히 요즘 관심이 발동하여 책을 사거나 빌려와서는 여간 재미있지 않으면 끝까지 감동하며 읽는 일은 매우 드문데.... 책을 받아드는 순간 그 두께에 놀라 마음 저 밑바닥에 이걸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 거기다가 번역서에 대한 실망과 의구심이 많은 내가...

TV를 켜 놓은 채 심드렁하게 몇 장을 읽어가는 중에,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재미라고 해야 할지 아픔이라고 해야 할지에... 전문 번역가들도 아닌데, 번역서에서 자주 느끼는 그런 껄끄러움이나 난해한 표현이 없어 읽기에 아주 편하다.. 번역한 사람이 한 때 내가 가르쳤던 사람이라는 것이 과분할 정도로..

읽으면서, 인간의 생명,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체의 목숨을 생각한다. 지금 밝고 따뜻한 방 안, 더운 물이 나오는 집안의 화장실을 생각하면, 나의 어린시절, 전쟁후 5,60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지금도 짐승의 삶이나 다를 바 없는 곳곳의 오지에서 살아가는 저 존엄하다는 인간들의 목숨을 생각하며. 가슴 아린 얘기들을 젖으며 젖으며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