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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絶筆)' -최성대(崔成大)-
최길시
2021. 10. 27. 12:55
글쓴이 | kilshi [홈페이지] | 2014-10-20 06:36:39, 조회 : 671 |
절필
풍진 세상 잘못 나와
잘 풀린 일 하나 없고
험한 파도에 휩쓸릴까
돛단배처럼 겁을 냈네.
신통한 단약 만들었어도
시험해 볼 길은 없었고
청평검*(靑萍劍)을 얻었어도
끝내 숨겨 두었다네.
동해 바다 삼신산에서
벗이 오기를 기다리니
이제 나는 인간 세상을
구우일모(九牛一毛)로 하직하네.
표연히 여기를 떠나
하늘로 올라간 뒤엔
은대궐에 뜬구름은
만 길 높이 솟아있으리.
絶筆
誤出風塵百不遭(오출풍진백부조)
孤檣常怕惡波濤(고장상파악파도)
鍊成丹鼎何曾試(연성단정하증시)
斲掘靑萍竟自韜(착굴청평경자도)
海上應須三島侶(해상응수삼도려)
人間今落九牛毛(인간금락구우모)
飄然此去空明界(표연차거공명계)
銀闕浮雲萬丈高(은궐부운만장고)
*청평검: 명검의 이름.
조선 후기 문신 최성대(崔成大·1691 ~1762)의 절필시이다. 한 시대의 빼어난 시인답게 좌절과 불운의 한평생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하고 떠났다. 이 세상에 온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고, 돛단배로 큰 바다 풍랑을 헤쳐가듯이 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정성껏 빚어놓은 능력을 써볼 데도 없이 사장시킨 인생이었다. 내 고향은 선계(仙界)로, 선인(仙人)들이 왜 그렇게 사느냐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이제 떠나고 나면 세상과는 영영 인연을 잇고 싶지 않다. 누군들 되돌아보면 회한이 남지 않는 인생이겠는가마는 그래도 너무 처연하다.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한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