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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귀하게 맛보는 인생의 참맛.

최길시 2021. 10. 26. 07:24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3-09-24 07:04:07, 조회 : 1,164

 

 

아주 가끔, 귀하게 맛보는 인생의 참맛.

“김대표님 안녕하세요?”
“아 네. 누구신가요?”
“000씨 아내 되는 사람입니다.”
“아유 잘 지내셨습니까? 한가위 명절도 잘 지내시구요?”
“네, 김대표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게요? 아닙니다. 저는 이미 그 회사 그만 두었고요, 새로 대표이사와 운영진들이 있습니다.”
“아네요. 그간 000씨를 잘 돌봐 주시고, 일자리도 또 알아봐 주시고, 그게 모두 김대표님이 계실 적에 보살펴 주신 일이 아니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잠깐 숨을 골라야했다. 그동안 나는 평생을 같은 원칙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돈이 움직이는 곳이나 이익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그 이익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햇님과 바람’ 동화의 ‘바람’처럼 행동했다. 햇님이 아니라, 바.람.이다.

나는 늘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사업은 자전거 페달 밟기라는 말은 진리다. 한순간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곧장 사고다. 내가 법관이나 정치가는 아니지만 경영자로써 선택을 해야만 할 때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이익이 되도록 판단해야 했다. 누군가가 회사의 돈을 횡령하여 회사가 어려웠을 때는, 현재 직원들의 급여를 최우선으로 했다. 회사에는 퇴사한 직원의 퇴직금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그러니 퇴사 하지 마세요. 당분간 힘을 모으고 최선을 다해서 회사를 정상화 시킵시다. 그리고 여러분의 퇴직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지금 퇴사하면 여러분 퇴직금 못 챙깁니다. 퇴직금 주자고 기존 직원들 급여를 안주면 그 직원들이 또 퇴사할 것이고, 그러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내가 만든 사건은 아니지만, 내가 최대한 노력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개XX야, 약속을 지켜라. 니가 맨날 입에 달고 하는 말이 약속 아니냐?’
‘노동청에 고발했으니, 곧 연락이 갈거다.’
‘법원에서 만나자. 너 같은 놈은 콩밥을 먹어야 한다.’
‘내 돈으로 밥 먹고 사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남의 돈 먹고 잠이 잘 오는가보네.’

전화가 무서워진다. 24시간 시도 때도 없이 저주와 원망이 쏟아진다. 이런 게 책임 안지고 도망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해결해 보겠다는 사람에게 보내는 격려(?)다. 함께 뜻을 모았던 이사들은 더하다. “운영은 같이 했지만, 우리는 대표가 아니므로, 부담 없이 독립해서 따로 사업 진행할테니 그리 아시고 제대로 망하는 것 즐겁게 지켜보겠습니다.” 그들이 회사상황을 모르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원하는 돈이 제때에 지급되지 않으면 하는 말이다. 논리도 염체도 없다. 누구든 일을 해결해 보겠다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쫒아가 아무 말이나 막 한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가장 강한 바.람. 으로 돈을 얻어내려고 한다. 가당키나 한 일인가? ‘네 돈을 먹어? 난 그 돈 구경도 못했다.'


돈을 주면? 그걸로 끝이다. 감사 인사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웃기는 일은 스스로 팀의 책임자이면서, 그 팀을 완전한 적자로 만든 인간도, 팀은 팀이고 적자는 회사 책임이라는 논리로 회사와 대표를 고발했다. 적어도 인간의 탈을 썼다면 자신의 책임은 쏙 빼고 남에게만 책임을 미루지는 못할 것인데, 후안무치도 이런저런 철면피가 없다. 이 모두가 한때 상냥한 미소를 띠우며 정다운 술잔을 나누던 회사 동료, 부하 직원들이다. 돈이 없는 곳에는 인정도 의리도, 논리도 없다. 이게 세상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개는 이런 과정이었던 것 같다.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회사가 성장세를 탄다. 주변의 관심을 모은다. 직원들은 평생직장이라고 대표자를 칭송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돕겠다는 인력들이 나선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순조롭고 잘 돌아간다. 그리나 속으로는 질투하고 뒤를 캐고 은근한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대표자가 실수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회사의 확장이나, 고위층의 횡령, 직원의 실수 등 어떤 것이든 회사에 문제가 발생한다. 자금이 경색 된다. 거래처와 직원들의 불만이 쌓인다. 요럴 때 등장 하는 분들이, 바로 대표자에게 그동안 술잔이나 얻어먹으며 대표자를 칭송하던 사람들이다. 대표자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 대표자와 가까운 사람들이니 믿지 않을 도리도 없다. 대표자로써는 제일 믿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동안 대표자의 권리나 지위를 시기하며 언젠가 한칼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도 장자방 타령을 할 것인가?)

대표자는 급격히 고독해 진다. 주변의 친구들이나 벗들이 제일 먼저 돌아서고, 직원들이 대표자를 이런저런 명목으로 고소고발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표자라면 별 일도 없다. 제대로 된 대표자가 회사 망할 짓을 일부러 할 리는 없다. 인건비나 퇴직금 등으로 벌금이나 부과 받게 된다. 그러면 직원들 줄 돈은 더 없게 된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표자의 가정이 깨진다. 요즘엔 가족마저도 금전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혼만 잘 해줘도 고마운 일이다. 고발하고 소송하고, 사람을 걸레로 만들어야 간신히 정리 된다. 망한 대표자들이 모이면 비슷한 전설이 떠돈다.

이게 성공하지 못한 사업의 대표자가 걷는 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심히 대표가 되고자 한다. 나라면 도시락을 싸서 따라다니며 말릴 일이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기쁨은 어디에다가도 비할 나위가 없다. 일하는 사람은 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대표자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사람 곁에 두려고 하지 말 일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 삭혀라. 친구가 내 걱정 한다고 한 말이(정말이겠지), 어마어마한 소문이 되어 뒤통수를 노린다. 속상해서 의론한 일이, 결국 비수가 되어 심장을 노린다. 이게 이 행성의 현실이고 진실이다. 사람 많이 쓰는 사업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말자. 그 입들이 전부 독침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데 느닷없이 감사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니 오히려 내가 숨이 막히게 감사할 일이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작은 보살핌을 은혜로 알고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람도 살고 있는 것이다. 제기랄! 이래서 또 사람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 사람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가? 적어도 오늘 저녁은 소주가 쓰지 않을 것 같다. ‘000씨 그리고 그 부인, 감사합니다. 적어도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기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한번 숲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두 분이 오늘 제게 [살] 맛을 주셨네요. 아주 가끔, 귀하게 맛보는 인생의 참 맛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