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2021. 10. 25. 08:59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3-06-02 07:32:18, 조회 : 1,011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보다, 식구라는 단어를 무척 편애한다. 가족은 ‘피를 나눈 족속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식구는 ‘한자리에 모여 밥 먹는 사람들’ 이라는 공동체의 의미가 강하다고 멋대로 해석한다. 실질적으로 우리는 가족보다, 직장동료, 학교친구 등등 관련 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식사하는 일이 더 빈번하지 않은가? 그들이 곧 나의 미래다.

한고조 유방과 촉나라의 유비는 나라를 건설한 임금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처음부터 부자나 왕후장상이 아니었다. 별 볼일 없는 동네 껄렁패들... 그러나 유방의 곁에 번쾌, 한신, 소하. 유비는 관우, 장비, 제갈량이니 하는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혈족 아닌 식구들. 그 인재들의 활약으로 나라를 세운 것이다. 정말 역사는 드라마 보다 드라마틱하다.

그리고 역사에 남은 특출 난 인물들... 그들은 대단한 기개와 재주를 가졌으나, 밥벌이나 제 한 몸 건사 못하는 인물이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강태공이 있겠다. 반평생을 미늘 없는 바늘로 허송세월 낚시를 한 무능력자. 결국 이혼까지 당했다. 그러나 그에게 자리를 주고, 생활의 기본적인 조건을 해결해 주자,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능력을 발휘했다.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고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천재성을 발휘하는 인물들은 결국 주변인물이 되었다. 토사구팽의 한신도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어째서 그 천재들은 왜 자기 사업이나 밥벌이의 기초를 만들지 못한 것일까? 아마 세상에 드러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있었거나, 화씨의 벽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난세의 구조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출세와 죽음은 백지 한 장의 차이.

결국, 예로부터 리더의 기본 조건은 식구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작은 기초로 식구들 밥 먹을 자리만 만들면, 제갈량이 방향을 정하고, 관우가 토대를 닦고, 장비가 길을 헤쳐 갈 것이다. 차세대에도, 제후란 토대를 만들어 식구들에게 기본적인 밥벌이를 제공하는 사람들 일 것이다.

그러니 전직 대통령들이 바보가 아니었구나. 그들이 눈에 띠는 실질적 공적 없이 대통령이 된 까닭이 이해되네. 그럼 난 어떤 사람일까? 내 식구들은? 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아직 제대로 식구 하나 못 만들었으니, 어쩌면 아무데도 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욕만 배터지게 먹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