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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덜머리 나는 일.

최길시 2021. 10. 24. 10:45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2-12-22 09:36:30, 조회 : 964

 

 

참 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났다. 나를 이해하고, 내 열정에 동의하고 공감하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사람들. 얼마 뒤 다시는 못 볼 사람들이 되었다. 마치 핵전투용 벙커 같이 단단한 눈앞의 벽. 신기한 것은 어째서 그렇게 서로 잘 이해하고 맞는 것처럼 여겼는지 모를 일이다. 아주 작은 이익 하나로 뒤도 안돌아 볼 사람들이.

어쩌면 내가 느끼는 이 절망을 그들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 반드시 이해하고 싶은 것은, 어째서 남의 것에 당당한 귄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은 내 아이디어였고, 내 열망이었고, 내 특허였다. 동의하고, 찬성하고, 열광하고, 마침내 빼앗으려는 뻔뻔한 시도. 그 시도는 참 멈추지도 않고 끈질기게 내 일생을 따라다닌다.

공동의 파이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손가락을 물리기 일 수다. 연구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자. 라고 몇 해 전 결심했다. 이 행성에서는 뭔가 좋은 것을 고안하면, 반드시 지저분한 적이 생긴다. 넌덜머리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