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칠월의 시' 두 편

최길시 2021. 10. 23. 07:24
글쓴이 kilshi 2012-07-03 18:08:51, 조회 : 1,648

 

 

청포도

이 육 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칠월의 이별

  김 찬 일

당신은 하필 청포도 익은 칠월에

떠나려 하나요.

처음 만난 날이 어느덧 잊혀지고

오늘 헤어짐도

먼 훗날 잊혀져 가겠지요.

이번 장마 빗소리에 다친 상처

아물기 전에

흐르는 물소리 내며

당신은 떠나야 하나요.

돌아보면 만남도 이별도

한줄기에 핀 여름 꽃

피다지다 하는 것과 같은 것을

먼저 떠난 당신 발자국 따라

우리도 떠날 날 오겠지요

우리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흘러가면

흘러가 강물로 다시 만나면

오늘 부른 칠월의 노래를

오랜 귀로

들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