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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의 목장통신] - 해가 지지 않는 우리,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최길시 2021. 10. 22. 10:03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2-03-01 11:27:35, 조회 : 1,077

 

 

[김명기의 목장통신] - 해가 지지 않는 우리,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1세기 전쯤, 대영제국은 이 지구상에서 해가지지 않는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전 세계에 식민지가 있으니, 진정 대영제국은 해가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대영제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뉴질랜드, 캐나다 역시 여전히 영국여왕을 국가 원수로 하고 있습니다. 영연방이지요.

지금 우리 기마단의 직원은 알바까지 물경 70여명에 달합니다. 아마 이사님들은 새벽 4시부터 기상하여 경주마를 조련하고 계실 것입니다. 어제는 밤늦게 까지 회의를 하셨지요. 다 우리 기마단의 미래를 위해 큰 틀을 짜려는 고심어린 시간들입니다. 회의 때마다 촬영하는 동영상을 보면, 아마 담배를 꼬나 문 우거지들이 모여, 우거지상으로 회의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마방 CCTV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마방에는 이미 추창호 반장님과 박인주 관리사님이 새벽을 열고 말들에게 아침 사료를 줍니다. 조금 있으면, 팀장들과 마필 조련 하는 직원들, 승마 연습하는 직원들이 마방으로 출근 합니다. 손장훈, 한진숙 팀장의 일지가 카페에 올라옵니다. 9시 부터는 천호동 사무실에 직원들이 출근하고, 오전반 수업팀이 학교로 출근을 합니다. 오후반 팀들이 수업을 시작한다는 사진이 전송되고, 저녁이면 수업일지와 하루의 결과들이 올라옵니다. 올빼미과인 오상헌, 박희원 팀장을 비롯한 신상용, 박권민, 조신호 팀장의 데이터가 올라오고, 밤늦게 새벽까지 우리 직원들이 수업 사진을 올립니다. 이렇게 우리 기마단은 24시간 잠들지 않습니다.

부지런한 일개미들처럼 바글바글... 일반 승마장의 3~4명 인원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24시간 운영체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우리 직원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 형 인간 프로젝트로 완성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기마단은 앞으로도 점점 더 커지고 다양화하고 세분화 될 테니까요.

이른 아침, 이루마의 CD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3.1절입니다. 하지만 나는 곧 마방으로 갈 것입니다. 아마 몇 몇 직원들도 마방으로 올 것이고, 큰 소리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겠지요. 나는 가끔 코끝이 찡해 옵니다. 나이 든 사람의 특징인가 봅니다. 만날 으르렁거리는 나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직원들이 이뻐 죽겠습니다. 어른들이 젊은이 들을 보고 가끔 그러지요? 그런데 그게 진짜더라구요.

아직은 철이 덜 든 젊은 친구들이, 뭔가 이루어 보겠다고 진지하게 인생에 집중하는 모습, 땀 흘리며 말을 타는 모습, 하얀 입김을 뿜으며 겨울 마방을 체온으로 데우는 그 모습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그런 직원들의 삶을 완성시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곧 젊은 직원들도 철이 들고,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낳고, 또 후배들을 책임지는 묵직한 선배 사원이 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혹독한 선배사원이나 팀장 욕 많이 하세요. 나도 여러분 나이 때 그랬습니다.

나는 우리 이사님들도 이뻐 죽겠습니다. 하루 4~5시간도 자기 힘든 가운데도, 웃으며, 소리치며, 걱정하며 직원들을 챙깁니다. 혹시 함께 모여 소주 한잔 기울이게 되어도, 온통 우리 직원들 이야기입니다. 아마 자신들의 부모님도 이정도로 챙기지는 못할 겁니다. 난 인생을 통틀어 이렇게 착한 아저씨들을 본적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기마단의 성장동력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직원 여러분? 흔히 윗사람이 ‘내 ㅅ ㅐ ㄱㄱㅣ’들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기마단에서는 그게 말뿐만이 아닌 진짜 ‘정 깊고 끈끈한 관계’가 형성 되어 갑니다. 모래알 같이 푸석하고 어색하던 사이가 말과 함께, 동료와 함께 흙먼지를 마시고, 찬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이 세상이라는 전쟁터를 함께 맞서가는 진정한 전우, 동료가 되는 것입니다. 이젠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팀장들이 있습니다.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젠가는 이 땅에 결코 해가지지 않는, [기마단 연방]이 생겨날지 모릅니다.

이런 장면들이 지금 손에 든 아침 커피 잔 속에, 영화 속 스틸 장면처럼 떠오릅니다. 그대들의 미소를 회상하면 나는 다시 코끝이 찡해집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래서 내가, 이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가끔 우리 직원들을 꽉 깨물어, 터뜨려, 죽이고 싶은 것입니다. 진짜라니까요? 쿠화화핫!


2012년 3월 1일 아침.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 훈련대장 센티멘탈 牧馬 김명기 allbaro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