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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만 하지 않으면 행복은 보장 된다.

최길시 2021. 10. 21. 06:58
글쓴이 김명기 [홈페이지] 2011-09-04 06:15:02, 조회 : 899

 

 

실수만 하지 않으면 행복은 보장 된다.

정말 뻔 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산다. 어떤 행동을 하던 그것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 지리라고 생각하고, 믿기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끔 생각하기에, 자살하는 사람도 사는 것 보다 그게 더 나으니까 라고 결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는 오죽하면... 이라는 표현을 쓴다.

사람들은 일부 특별한 분들을 빼고는, 대개 건강하고 평등하게 태어난다. 신과 운명이 별 탈 없이 살아갈 몸과 정신을 주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당연히 인생은 실수와 자책만 없다면, 별 탈 없이 굴러가게 되어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자녀를 낳고, 그 아이들을 기르며 성숙하고 결국 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지난 삶을 회상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 이게 처음부터 주어진 인간의 B.I.O.S 다. 기초 설계라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런 청사진대로 사람이 평온하게 살아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아무도 우리에게 불행하라고, 아무도 실패하라고, 아무도 삶을 망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를 구제하려 노력했던 성인(聖人)이나, 수많은 책자들과 교훈은 우리가 삶에서 실수할까봐 염려하고 충고하기를 마지않는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과 눈으로 비틀비틀 좌충우돌 살아가는 우리 인생들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라야 할, 또 세상을 살아갈 지식을 흡수해야 할 청소년기에 흡연, 음주를 비롯해 장마철 벽에 핀 검은 곰팡이 같이 나쁜 버릇들이 늘어간다. 모두 삶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추억과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느껴야 할 시기에 육체적인 탐닉과 방종, 배신과 배금주의의 쓴 맛을 느낀다. 어쩌면 그런 성장통은 어른이 되어가기에 오히려 필수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네가 살아갈 이 행성의 삶은 결코 온당하지도, 정당하지도, 사랑 지상주의도 아니라는 교훈. 덜 여문 인격은 이때 수많은 문제를 양산한다. 평생을 두고 돌아보면 부끄럽고 후회 되는 순간들.

직장을 갖고, 가정을 갖고 아이를 갖고, 주말여행이나 캠프를 즐기며 하나씩 살림살이도 늘고... 한창 힘을 써, 나이 들어 회상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야할 시기. 그러나 단란주점과 룸살롱에 용돈을 갖다 붓고, 게임과 도박에 미래의 희망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삶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그 때에, 제자리걸음 또는 후진을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아예 진흙탕 속으로 가라 앉아 버린다. 그리고 그 숫자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여자는 다르다고? 이 밤, 나이트에 득실거리는 사람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다는데? 여전히 쉬쉬하지만, 남자 접대부를 고용하는 업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한가? 미래를 망치고, 누구도 불행해지라고 지시하지 않았지만, 아주 적극적으로 결사적으로 스스로의 인생에 씻기 어려운 불행의 낙인들을 찍는 이 시기가? 원 나잇스텐드, 섹스앤더씨티 같은 단어들을 입에 달고 다니는 색풍(色風)노도의 시기는 아무 탈 없이 우리의 삶을 고양시킬 것인가? 천만의 말씀. 인생에 공짜는 없다. 언젠가는 다 밝혀질 일이고, 당신을, 당신의 남편을, 당신의 자녀들을 개망신시키고, 침몰시킬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일 뿐이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 하략-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잘 설계된 우리의 삶을, 앞장서서 망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음주와 흡연으로 건강한 몸을 망치고, 외도와 불륜으로 우리의 아름답고 건전한 기억들을 망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배우자를 경멸하고 멀리함으로써 가정에 불행을 불러들이고, 처음부터 우리의 삶과는 아무 상관이 없던 마와 화를 불러들임으로 가정을 깨고, 죄 없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또 기대하던 자녀들이 망쳐지는 것을 바라보는 늙은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석양이 지는 시골길을 간다. 멀리서 기침처럼 탁탁 거리는 경운기 소리. 녹색 새마을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 쓴 할아버지가 운전을 하고, 수건을 질끈 동여맨 할머니는 옆자리에 앉아 흔들흔들 함께 저녁 길을 간다. 두 분은 아무 말 없이 석양 속으로 가물가물 멀어져가지만, 누구라도 소설 같은 사연 없는 인생이 있을 것인가? 인생의 황혼을 함께 어깨를 기대며 살아간다는 것. 나는 그 현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서로 등을 긁어주며 평온한 황혼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인생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상실감은 더욱 크다.

현실이 불만일 때, 어디 먼 곳. 다른 곳에 행복이 따로 있지 않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스스로가 열심히 개척하고, 남루하고 척박한 행복이라도 건저 올리겠다는 노력이 바로 행복의 시발점이다.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 두어도 기필코 행복할 사람이다. 스스로 배우자를 선택해 놓고, 애정 호르몬이 빠지면 배우자의 흠집만 보려하고, 어떻게든 현실을 빠져나가 또 다른 애정행각을 벌이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불행의 시작이다. 어디서든 기필코 불행해지는 사람인 것이다. 또 따른 배우자를 만나도 결국 불행해지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기어코 불행해 질 것이다. 죽을 때까지 무한 불행을 반복하게 된다.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어찌됐건 행복해 지려는 노력 자체가 행복의 보증수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문득 지천명(知天命)의 반열에 들어 느낀 것이 있다면, 생활을 위해 기본적인 노력을 하는 것 이외에, 별반 힘들이지 않아도 사람은 저절로 행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행복해 지겠다는 욕심과 그릇 된 판단으로 실수만 하지 않으면 행복은 보장되어 있다. 다람쥐 쳇바퀴라는 단어에 얼마나 무거운 의미를 지닌 생활의 안정이 들어 있는지만 알면 된다. 그러니 변덕 부리지 말고, 지금 눈앞의 사람을 사랑하고 네가 지닌 것들에 안타까운 눈빛을 주고, 스스로의 시간을 하나씩 집어 들어 깨끗한 수건으로 다시 잘 닦아 줄 일이다. 멍청한 짓은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자면 나도, 이 새벽, Andres Segovia 의 기타소리처럼 고요한 일상을 기꺼워해야 하는 것이겠지. 이것은 질곡의 10년 동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평온한 순간이었다. Recuerdos De La Alhambra. 그래, 내가 있는 이 곳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다.

즈문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