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2021. 10. 19. 09:20
글쓴이 | 김명기 [홈페이지] | 2011-04-01 12:20:19, 조회 : 870 |
아들아. 남자의 삶에서 아버지란 어차피 어느 정도 불편한 존재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는 스스로 아들의 인생에서 사라져 주지. 할아버지는 아빠가 결혼하고 나서, 완전히 독립했음을 인정해 주신 것처럼 아무런 참견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남자의 삶에서 아버지처럼 그리운 존재도, 한결같이 불쌍한 존재도, 별로 없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뻐근하고 코끝이 시리다.
아버지란 죽은 다음에야 어느 정도 이해 받거나, 또는 잊혀 진다. 그들은 아들의 가슴 속에만 화석으로 살아남아, 그리움과 원망과 추억과 회한 등 아주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되어 버린다. 오래 된 소화불량 같지. 나도 마찬가지고, 언젠가 너도 마찬가지다. 각오해라. 너도 머지않아 아버지가 되고 아들에게 판단을 받게 된다. 너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냐?
나는 네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너를 지켜볼 것이다. 잔소리하고 네가 살아갈 길을 밝혀주마. 네가 4살 때 작은 바가지를 배라며 조심조심 물가에 띄울 때처럼, 너의 꿈과 희망을 조심스럽게 먼 바다로 항해할 수 있도록 아빠가 등 뒤에서 잡아주마. 언제나 건강하고, 스스로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거라. 너는 아빠의 모든 것이고 아빠의 꿈이고 아빠의 미래다. 알겠니?
아들아. 나는 다만 너를 무척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