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진 말자 - 임대균
글쓴이 | 김명기 [홈페이지] | 2011-03-11 19:15:05, 조회 : 887 |
괴물이 되진 말자 - 임대균
- 정식으로 등단해서 시인인 아우입니다. 꼭 글로 밥을 먹고 사는 한국의
10인 중 하나가 되겠다고, 지금 필리핀에서 정진 중인 아우입니다.
오늘 그 아우가 보낸 글이 제대로 모양을 갖춘 것이라서 이렇게 소개 합니다. -
조용히 은폐될 뻔했던 한 여배우의 자살을 둘러싸고
한국 사회 전체가 뒤숭숭하다. 경찰은 편지의 위조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230페이지 분량의 유력한 증거에 대한 수사의지가
없음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서구 사회의 기본 구조가 개개인들의
국가에 대한 권력이양에 의한 계약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그들은 실패와 실수에 대해서는 참으로
관용적이지만, 믿음과 신의를 저버린 일을 할 때, 혹은 거짓을
말할 때는 두 번 다시 용서가 없는, 무서운 사회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 사회는 믿음과 신의, 거짓에 대해선 관용적이지만
실수와 실패에 대해선 냉혹하다. 정직한 방법으로 일을 해 실패해도
실패는 화인(火印)처럼 따라붙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에게
쉬이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혈안이다. 미친듯이 살아남기 위해 달려온,
이미 50년 된 이야기이다.
미드 속의 사람들은 드라마 속에서 언제나 무엇이 진실인지를 묻고,
믿어줄 것을 호소하며, 진실이 통용되지 않을 때 절망하고 그 거짓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굴지의 대기업 엔론의 CEO에게 법원에서
가석방 없는 25년 형을 선고했을 때, 미국 사회는 정의가 살아있는,
적어도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선 아무 생각없이 돈만 많이
벌고 싶다는 소리를 하면, 친구들에게 멍청하다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가난했지만 부보다는 참된 사람, 사람들을 위한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라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때보다 훨씬 넉넉해진 한국 사회에서, 정의롭게 살아라,
옳게 살아라, 참 되게 살아라 는 말을 들어본 지가 대체 언제인가?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 상업광고 속의 '부자 되세요~' 라는 달콤한 말이
사람들의 귓가에 시나브로 스며드는 사이, 정의로운 사회,
정직한 국가에 관한 논의는 한국 사회의 테제 속에서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우리는 그로 인한 심각한 휴유증을 겪고 있다.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이들은 문제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문제를 바꾸고 싶은 이들은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이들의 억압 속에
분노를 삭일 뿐 힘이 없으며, 누구도 이제 동네 들병이처럼 내돌리며
고통받다 죽은 여배우의 죽음에 대해 쉬쉬할 뿐, 반응하지 않는다.
200 나라 중에서 우리 경제가 이제 10등, 11등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참 잘해왔고 충분히 잘 하지 않았나? 이제 우리 그만 올라가면 안 되나?
이젠 굶어죽지 않을 수 있게 되었으니 더 올라갈 힘으로 돌아보아
경제개발이라는 꿈 속에 희생된 사람들, 희생된 가치들을 살펴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건 어떤가? 경제대국 11위의 오늘 한국의 자화상을
그려보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행복한가?
도덕, 정의, 준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별로 강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이 결핍된 사회는 경제건 민주주의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 프랑스의
68세대들처럼 인간답게 살 권리, 소외된 노동 밖에서 살 권리까지를
우리나라에 바라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자, 다만, 우리 이렇게, '괴물이 되진 말자...'
정직한 자의 성실은 자기를 인도하거니와
사악한 자의 패역은 자기를 망하게 하느니라
- 잠언 11:3